한EU FTA, 9부능선 넘었다지만…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9.01.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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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협상 3월 첫째주 개최… 핵심쟁점 여전 관측

-수석대표회담, 한달간 여지 남겨둬
-EU측 "쟁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가장 난항, 車문제 언급조차 없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될 제8차 협상이 오는 3월 첫째주 서울에서 개최된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쉬튼 EU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20일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EU 통상장관회담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EU FTA 협상은은 8~9부까지 왔다”며 “남은 것은 10% 미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9부 능선 왔다지만=양측은 이번 한EU 통상장관 회담에서 △상품양허 관세 감축 △관세환급 제도 △원산지 △자동차와 관련한 여러가지 기술적 표준 △서비스 등 5가지 주요쟁점을 논의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의 ‘9부 능선’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EU FTA협상 타결까지 실질적으로 많은 난관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이번 회담 전까지 “이번 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정치적 타협만 남았다”고 거듭 강조해 몇가지 협상안을 마련해 놓고 양측 통상장관이 양보할 것은 주고, 받을 것은 챙기는 ‘주고 받기식’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정치적 ‘이해’만 통하면 8차 협상은 명목상의 협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3월로 8차협상이 잡힘에 따라 아직도 수석대표가 논의할 것이 많아 한달간의 여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애쉬튼 집행위원이 “아직까지 쟁점이 남아 있고 이런 쟁점은 본질상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핵심 쟁점사항이 여전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데다 김 본부장도 “8차 협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해 정작 8차 협상에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점을 반증하고 있다.



애초 한EU FTA는 지지부진한 한미 FTA를 압박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까지 타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세계 경제위기와 EU측 통상담당 집행위원의 교체 등으로 1월말까지 연기된 이후 이번에 3월에 8차협상 개최가 확정됐다.

◇자유무역주의 지지 '성과'=김 본부장이 이번 회담에서 난항을 겪었던 분야로 ‘관세환급(duty drawback)’을 꼽은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품을 수입할 때 냈던 관세를 제품 수출시 환급해 주는 것이 ‘원산지’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통상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자동차’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



가장 민감한 자동차 문제에 있어 ‘정치적 타결’을 이뤘다면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이 있었을 텐데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양측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양측이 자유무역주의에 대해 여전한 지지를 보인 것은 성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행태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역의 비중이 큰 나라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한EU FTA의 의미를 부여했다.



애쉬튼 집행위원도 “불황을 겪을 때 보호무역주의가 되서는 안되고 오히려 무역을 통해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쉬튼 집행위원은 이날 한국의 ‘색동’을 응용한 듯한 옷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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