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유액 늘리고, 채찍질도 하고"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1.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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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왜 외화유동성 회수에 나섰나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공급한 외화유동성을 되도록 거둬들이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국내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외환·외화자금 시장은 원/달러 상승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 상승, 외국인의 재이탈 조짐 등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시중은행, 외화유동성 자체 해결해야"= 한은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9월 15일) 이후 시중 은행에 공급한 경쟁입찰식 스와프자금은 일종의 '비상금'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갑자기 들이닥침에 따라 은행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신규 외화채권 발행은 막혀버린 가운데 외국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만기도래된 기존 채권의 회수에 나섰기 때문.



따라서 한은과 정부는 "급한 불부터 끄자"는 차원에서 경쟁입찰식 스와프자금, 한미통화스와프 자금 등을 통해 시장에 외화유동성을 수혈했다.

한은은 이제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갑작스런 외화유동성 부족을 겪은 뒤 적응기간을 보냈다"며 "지난해 10·11월에 비해 최근 1개월·3개월물 외화차입 여건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또다른 관계자는 "비록 이번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외화채권의 가산금리가 생각보다 높긴 하지만 일단 성공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씨티그룹, HSBS,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상업은행의 부실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화유동성 회수는 외환보유액 증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비상금 용도로 빌려줬던 외화를 거둬들일 경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선 방어에 큰 보탬이 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말 201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보유액의 절대규모 확대보다는 유로화 강세로 인한 달러 환산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안심할 수 있을까= 씨티그룹 등이 부실 우려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국에 투자한 자본이 다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시장 지표는 불안감을 키운다. 국내 외화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수치인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9일 플러스(+) 0.50원에서 15일 마이너스(-) 0.5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보일수록 그만큼 달러를 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4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3.86%를 기록, 일주일새 0.36%포인트 올랐다.

수출입은행이 성공한 외화채권의 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6.2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았다. 선진 금융기관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2주전 발행된 필리핀 정부채의 가산금리는 5.85%포인트였다.



지난해말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1259.50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 매수세 강화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19일 1시 30분 현재 1360원대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방침에 대해 "시중 은행이 스스로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구조조정 처리문제와 동일하게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풀이했다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만기연장을 절대 해 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되도록 시중은행의 자체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시중 은행에 긴장을 줌으로써 자율해결 의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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