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차 구제금융땐 은행 돈줄 조인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9.01.19 11:50
글자크기
- 1차 구제금융 실패 판단 "오바마, 은행에 강력한 메세지"
- 은행들 여전히 대출에 인색…2차는 소비자 위주 집행
- 영국, 덴마크도 2차 구제금융 발표

오바마, 2차 구제금융땐 은행 돈줄 조인다


오바마 정부는 2차 구제금융의 방향을 1차 때와는 대폭 바꿀 것으로 보인다. 1차 구제금융이 실패했다는 판단에서다. 1차분 3500억 달러 가운데 2500억 달러 가량을 금융권에 쏟아부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자금을 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측근들은 2차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이 은행 등 대출기관을 제외한 '소비자' 위주로 집행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은행들은 구제금융 자금 대부분을 미래 투자금 등에 쓰기 위해 쌓아두고 이 돈을 '공짜로 주어진 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덴마크도 대출 확대를 위한 2차 금융 구제 계획을 시작키로 했다.

◇ 오바마 "은행, 좌시 않겠다" = 오는 20일 취임을 앞둔 오바마 당선인이 은행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 일반 대출에 인색한 금융기관들을 조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인의 선임고문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7000억 달러 TARP의 2차 집행분의 사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액셀로드는 이어 "은행들이 납세자들로부터 받은 돈(지원금)을 타고 앉아 있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2500억 달러 규모의 1차 TARP 자금을 받고도 여전히 대출을 늘리지 않는 금융권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위원장 내정자도 CBS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정부에선 구제금융 자금 지원이 소비자, 지방정부, 사업체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구제금융 집행의)초점은 은행이나 신용 경제의 필요에 맞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머스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는 TARP 자금을 매우 다른 방법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TARP는 주택차압 방지와 자동차 대출, 소비자 신용, 중소기업,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오바마 경제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당선인이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국영 은행을 세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상원은 3500억달러 규모의 2차분 구제금융 자금의 집행을 승인했다.



◇ 美은행들 "구제금융은 공짜돈" = 부시 행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을 꺼리는 등 어려움에 처한 소비자들을 '나몰라라'하고 있다.

NYT는 "많은 은행들이 의회 및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많은 구제금융 자금을 '조건없는 횡재(Windfall)'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은행들은 경기침체가 확산되면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란 것을 우려하면서도 부실여신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이 대출을 통해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이 돈이 소비와 설비투자 활성화에 쓰이는 선순환 구조가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구제금융 자금을 대출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다수의 은행들이 구제금융 자금을 대출 상환금이나 인수·합병(M&A) 자금, 미래를 위한 투자금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TARP 자금을 받은 은행 가운데 7곳 이상이 자금 지원 후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했다. 심지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6일 인수한 메릴린치의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면서 2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에 따라 재무부가 자금 지원 이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댈러스에 있는 플레인스캐피털뱅크의 앨런 화이트 회장은 재무부가 지원한 8800만 달러를 '기회 자금'이라고 말하면서 "(재무부는) 이 돈으로 내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전세계, 2차 구제금융 소용돌이 = '정부 은행'을 설립해 금융권 부실 자산 직접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미국에 이어 영국, 덴마크도 새로운 금융 구제 계획을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모기지증권이나 대출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정부 보증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구제금융안을 발표한다. 은행권 손실 확대 우려를 완화하고 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이틀간에 걸친 주말 회의를 마치고 19일 중으로 구제 금융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덴마크 역시 금융권 지원을 통한 대출 확대를 위해 1000억크로네(178억달러) 규모의 2차 부양책을 도입키로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