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립이래 최대 사장단 인사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9.01.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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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지난 1938년 창사한 이래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은 16일 주요 계열사 46명 사장단 가운데 18명 이상을 퇴진시키고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과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등 2명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했다.

이번 인사에선 2명의 부회장이 선임되고 2명 부회장이 퇴임했으며 12명의 신임 사장단이 승진했다. 또 11명의 사장 보직이 바뀌는 등 총 25명의 사장단이 교체됐다.



이윤우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 부회장이 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장으로 내정돼 삼성전자가 '이-최 투톱' 경영 체제로 바뀌었다.

이기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 황창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등 18명 이상의 CEO들이 물러났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7월 이건희 전 회장 퇴임 이후 첫 인사로 삼성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라고 삼성측은 밝혔다.

삼성은 글로벌 위기를 맞아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 '현장경영 강화', '글로벌 위기 돌파'의 3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60세 이상-5년 이상 장기 재임 CEO'가 대부분 퇴진했다. 삼성 측은 "1948년 이전 출생자인 CEO들이 이번에 세대교체에 뜻을 같이 해 부회장 승진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물러났다"고 말했다.


김징완 부회장과 이상대 부회장을 제외한 1948년 이전 출생자들은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사장단 승진자는 50대 중반의 젊은 CEO들로 대거 기용됐다. 1953년생에서 1956년생을 대거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젊은 피'로의 세대교체를 단행,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를 인사에 실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56세), 윤주화 삼성전자 감사팀장(사장, 56세), 최외홍 삼성벤처투자 사장(56세), 장충기 삼성 브랜드관리위원장(사장, 54세),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사장, 54세),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53세) 등이 모두 50대중반이다.

이번 인사와 함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조직개편도 병행, 삼성 변혁의 신호탄을 올렸다.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조직개편이 다른 계열사로 파급될 것이라고 보고 충격을 받고 있다.

6개의 총괄조직을 2개의 사업부문으로 묶고 나머지는 모두 현장으로 보내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서초동 사옥에는 인사, 홍보 등 필수 인력만 남고 대부분은 주요 사업부가 자리잡고 있는 수원과 기흥 화성(반도체), 탕정(LCD)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현장경영'이 필수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장경영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스피드경영'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삼성카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과거 IMF 당시에 30%의 구조조정을 직접 담당했던 입장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구조개편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전체의 이익 중 60% 가량을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지난 4분기에 분기 기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무엇보다도 '생존'에 초점을 맞춘 기업 운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은 이번 인사와 함께 비상경영계획의 일환으로 임원들의 연봉 삭감과 복리후생 축소를 발표, 위기 돌파의 의지를 보였다.

각 사별로 경영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임원연봉의 10~20%를 삭감하고, 해외출장시 항공기 탑승등급 및 숙박비 하향조정 등 일부 복리후생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를 계기로 경영효율 제고와 사업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지금의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위기를 사장단 및 임원진의 솔선수범과 고통분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임원 30% 감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 이번 인사 이후 임원 인사 과정에서는 대규모 감원보다는 비용절감 및 복리후생 축소를 통한 경영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60대 CEO의 퇴진과 50대 중반 CEO들의 전면 부상이 향후 이건희 전 회장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의 변화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은 그동안 오래 정체된 인사의 숨통을 틔우고 독립경영체제에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 진용을 구축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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