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해 도전정신으로 재무장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1.2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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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서바이벌 2009/ 재계

MB정부의 수뇌부는 지금 전시 체제다. 경제위기가 악화돼 국가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워룸(war-room, 전시 작전상황실)에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대책반을 구성해 경기활성화에 주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녹색성장, 한국형 뉴딜 등 정부 정책에 맞춰 재계도 손발을 착착 맞출 태세다.



올해 기업 신년사에서 유독 많이 나온 단어가 ‘생존’이다. 올해 기업들은 성장을 접어두고 생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다.” 지난 2006년 영화 <짝패>에서 이범수는 이미 이런 명대사를 남겼다.



일단 살아남아야 강자를 논할 수 있다. ‘2009 서바이벌’. 기업들은 그 숙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4대 그룹, 위기를 깨달아야 위기를 넘는다

생존위해 도전정신으로 재무장


삼성은 본격적인 세대교체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강화했다. 지난 16일 내놓은 조직개편안은 쇼킹하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 사장과 이상대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사장을 제외하고 만 60세가 넘는 CEO를 모두 퇴진시켰다.


이 가운데는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휴대폰을 세계 2위에 올려놓으며 ‘애니콜 신화’를 이끌었던 이기태 부회장과 반도체 메모리가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창시한 황창규 사장 등 스타급 CEO도 포함됐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으로, 최지성 사장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최 사장 양강구도로 짜여졌다.



이와 함께 긴축강도도 높였다. 우선 임원연봉을 10~20% 삭감키로 했다. 해외출장 시 항공기 탑승등급 및 숙박비 하향조정 등 일부 복리후생도 축소 조정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위기를 맞아 현대ㆍ기아차 그룹도 급박한 분위기다. 올해 경영 화두가 ‘생존’인 만큼 ‘판매확대’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상태다.

특히 정몽구 회장 특유의 돌파력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 회장은 R&D(연구ㆍ개발)에 박차를 가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차를 내놓고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 확대방안을 추진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 현대ㆍ기아차에 이어 세번째로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 LG그룹은 일단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그룹은 3불가론을 펼치며 신뢰경영을 지켜나가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인위적 구조조정, 투자 축소, 사회공헌비 축소 등 세가지 항목에 대해 각 계열사 CEO에게 금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재계에서 생존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의 생존에 대해서 장담할 수 없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SK에너지의 매출이 20%가량 떨어진 것이 최 회장을 긴장케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SK (207,000원 ▼12,000 -5.5%)는 에너지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하이브리드카 전지 개발이나 태양광 사업 등 녹색성장을 위한 투자와 함께 해외자원의 끊임없는 개발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주요기업, 살아남기 대작전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인 포스코 (375,000원 ▼500 -0.13%)는 임기 6년간 최고의 경영성적을 보인 이구택 회장이 물러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임원 연봉의 10%를 반납키로 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포스코는 올해 철강수요 감소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투자금액을 지난해 3조4000억원에서 올해 6조원으로 늘릴 정도로 공격적이다. 그래야 2~3년 뒤 철강경기가 회복됐을 때 경쟁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KT (41,800원 ▲100 +0.24%)는 이석채 사장이 취임 즉시 임원진과 경영 쇄신계획을 발표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임원들은 지난해 성과급에서 20%를 반납하고 업무용 차량을 낮추는 등 긴축정책에 함께하고 있다.

이 신임사장의 역할은 다른 기업보다 무겁고 절실하다. ‘느림보 통신공룡 KT’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KTF와의 합병, IPTV 활성화 등 해결과제가 많다. 특히 이 사장은 공격수인 정만원 사장으로 수장을 바꾼 SK텔레콤과의 통신대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상황이다.



◆재계 줄줄이 실속 경영

에너지와 유통에 집중하고 있는 GS그룹은 올해 투자계획을 소폭 늘렸다. 허창수 회장은 “어려울수록 자신감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며 공격투자를 주문했다. 투자액은 GS칼텍스 1조7000억원, GS리테일과 GS홈쇼핑 (154,900원 ▲3,200 +2.11%) 4000억원, GS건설 (19,160원 ▲80 +0.42%) 2000억원 등이다.

생존위해 도전정신으로 재무장
세계 1위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은 일단 올해 ‘신중’을 화두로 안전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는 곳에 우선 투자해 현금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영방침은 ‘정착’으로 요약된다. 대우건설 (3,960원 ▼55 -1.37%)대한통운 (96,700원 ▼3,000 -3.01%)을 잇따라 인수한 것이 화근이 돼 자금위기설에 시달린 만큼 올해만큼은 안전한 재무구조로 불신의 시선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박삼구 회장이 사업구조 안정화와 아름다운 기업문화 외에 건전한 재무구조 구축을 그룹의 3대 전략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육ㆍ해ㆍ공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한진그룹도 위기 대처에 각오를 다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으며,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위기도 없다”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와 관련 매출과 생산성은 10% 높이고, 비용은 10% 낮추는 ‘텐텐텐’ 전략을 위기극복의 해법으로 제시한 상태다.

2009년 한화그룹을 나타내는 말은 ‘뚝심’이 될 듯싶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했지만 최종 인수 과정에서 논란이 많다. 산업은행과 최종 인수조건을 둘러싼 공방에서 한화의 뚝심이 어떻게 통할지 주목거리다.



유동성 위기설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동부그룹은 올해를 ‘생존의 해’로 일찌감치 선언한 상태다. 김준기 회장은 기업의 최우선 경영전략은 ‘살아남는 것’이라며 고통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회장은 신용경색에 따른 캐쉬플로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질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비상경영의 강도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북경색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그룹은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현정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잇는 대북사업의 필연성을 역설하는 한편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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