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학원비? 문화센터가 있어 든든해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1.3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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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학원 대신 문화센터 간다

“새해부터 운동 하나 배우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급여가 삭감 되서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첫째 아이를 영어회화학원에 보내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걱정이에요.”

최근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서민층에서 나타나는 두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아파도 병원 안 가기’와 ‘다니던 학원 끊기’다. 특히 가계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자기계발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었다.



불경기를 가장 빨리 체험한다는 소득 수준 하위 10%의 보충교육비는 통계 산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보충교육비가 전년 동기 4만3520원에서 3만6990원으로 29.5% 줄었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곳이 지방자치단체의 시설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다.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강좌가 준비돼 있어 사설학원과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단 관리자의 설명이다.



재계는 2009년의 화두를 ‘생존’이라고 말한다. 개인은 감원이나 구조조정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앞두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계의 주머니사정을 책임지는 주부에게 ‘문화센터’는 가뭄의 단비일지도 모른다.
무서운 학원비? 문화센터가 있어 든든해요


◆평일 낮 북적대는 어린이 프로그램

1월 중순 평일 오후. 서울 종로구민회관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학생들의 왁자지껄하는 이야기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어린이 방학 프로그램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건물 2층에 있는 문화교실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얼짱 아나운서반에서부터 원어민 영어교실까지 요일별로 강좌가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 마술이나 종이접기, 전자로봇 만들기 등 방학숙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이곳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크게 다섯 가지다. 독서ㆍ논술ㆍ역사 등이 포함된 언어영역, 영어회화ㆍ원어민ㆍ한자 등의 외국어영역, 주산ㆍ암산ㆍ바둑ㆍ수학 등의 수리탐구영역, 실험ㆍ곤충탐험 등의 과학탐구영역, 피아노ㆍ발레ㆍ미술 등의 예능영역 등이다.

◆절반 가격에 스포츠 배우기



지하 1층 수영장의 대부분 레일은 주부들이 점령했다. 왁자지껄한 수다에 수영강사가 집중을 시키느라 진땀을 흘린다. 맨 끝 레일에는 초보로 보이는 청소년 대여섯명이 킥보드에 의지해 열심히 발차기를 한다.

강남의 유명 스포츠센터 수영장에 비해 시설은 낡았고 규모도 작지만 배우는 열의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수영장 바깥 로비에는 강습을 끝낸 10여명의 할머니들이 오늘 배운 내용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

수영 강습은 새벽 직장인반부터 시작해 밤 일반인반으로 끝난다. 전통적으로 문의가 끊이지 않는 강좌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쿠아로빅이다. 물에서 에어로빅을 하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재미있어 항상 수강생이 만원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가격은 스포츠센터의 50~80%수준이다.



최근에는 패키지 강의가 인기다. 수영에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이나 농구교실을 접목한 강좌가 그 예다. 가격은 4만원대로 저렴하다.

4층의 헬스클럽은 유일하게 남녀 성비가 비슷한 곳이다. 방학을 이용해 몸만들기에 나선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10여개의 러닝머신에는 빈자리가 없다. 숫자가 잔뜩 표시돼 있는 현황판은 낮시간에도 러닝머신 이용을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특히 대회 수상경력이 있는 트레이너에게 받는 특화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가격은 사설 교육장의 30~50% 수준이다.



◆불황기 인기 강좌는 '재테크ㆍ댄스ㆍ자격증'

양천구 문화센터는 지난해부터 경제강좌를 개설해 재미를 봤다. 처음에는 주식투자관련 강좌로 지역주민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최근에는 경매강좌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매강좌는 분기별 모집에 전부 매진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재테크강좌가 지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강좌수를 늘릴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댄스강좌다. 강남구가 운영하는 한 문화센터는 댄스관련 강좌만 200개가 넘는다고 하니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발레강좌에서부터 방송댄스까지 등장했다.

댄스 예찬론을 펼치는 주부들은 음악에 맞춰 흔들다 보면 어느새 옆구리의 ‘핸들’이 쏙 사라진다고 자랑이다. 기체조나 수벽체조와 같이 육체와 정신을 가다듬는 운동도 전통적인 인기 강좌다.

자격증 대비반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도 꾸준하다. 특히 컴퓨터 자격증은 남녀노소 누구나 문의하는 강좌다.



이은혜 중구민회관 문화팀장은 “경제가 어려워지자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수강하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그러나 문화센터가 교육기관이 아니다 보니 자격증 관련 강좌의 인가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팀장은 “각 구민회관에 따라 특화된 분야가 있으니 알아보고 문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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