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세기 산업화ㆍ현대화시대에 줄줄이 발생한 철도거품, 전자거품, 중남미 외채위기, 미국 저축대부조합 사태, 일본 부동산거품, 아시아 외환위기, IT기술주 거품 등은 위기가 국가단위에서 보편화되고 지역ㆍ섹터단위로 확장된 것임을 보여줬다. 그에 비하면 지난해 이후 미국 모기지발 금융위기는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지구촌규모의 위기 결정판이다.
위기가 생기면 금리를 화끈하게 내리며 통크게 돈풀고 정부가 빚을 얻어서라도 위기를 막는다. 그렇게 따뜻한 세월이 찾아오면 저금리에서 풀린 돈이 휘발유가 돼 또 어디선가 더 큰 거품이 생기고 더 크게 굉음을 내며 폭발한다. 또 그 이후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처방이 가해지고 더 큰 돈을 쏟아붓는다.
비극은 미래 더 큰 위기를 부를 `독'들이 위기극복을 위한 `약'으로 다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로금리ㆍ돈풀기ㆍ막대한 공공사업과 어마어마한 재정지출, 잇딴 부동산규제완화 등이다. 이들은 경기가 회복될 즈음 슬슬 얼굴을 바꾸고, 경기상승기에 인간 탐욕을 격동시키는 독이 돼 세상을 광기로 물들인다.
다음의 위기는 그 전 위기 극복과정에서 처방한 극약들을 적절한 시기에 되돌리거나 포기하지 못한데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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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수렁에 있을 때야 독이라도 약이 된다면 마셔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작용이 심하고 정치적 동기 등으로 나중에 되돌리기 힘든 것이라면 하지 말아야한다.
돌이켜보면 2002~2003년 카드대란도 두어가지 어리석은 정책에서 비롯됐다. 전체 정책구도는 수출감소로 내리꽂히는 경기를 신용카드라는 요물을 사용해 내수로 보충하려 했던 것이었다. 세원노출 차원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개인별 신용카드 한도와 50대 50으로 돼 있던 카드사 신용판매 및 현금서비스 비중 제한을 없애버린 게 화근이었다.
결과는 길거리 카드 발급 등 과당경쟁이었고 2001년에 되돌리려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했다. 2002년가서 원래대로 치환하려했지만 때는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