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은 역전세난, 강남은 전세난?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9.01.15 04:04
글자크기
한때 버블세븐 중에서도 핵심지역으로 꼽혔던 강남과 분당이 전세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을 겪었지만 이제는 지역에 따라 집주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강남의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면서 전세로 내놓은 집들이 하나둘 소진되고 있다. 반면 강남에서 크게 멀지 않은 분당에서는 여전히 세입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학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근옥 부동산뱅크 연구원은 "강남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며 "하지만 일부 학군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숨어있던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전세거래가 하나둘씩 체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방학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군수요를 비롯한 세입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남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세입자를 기다리는 집주인의 가슴앓이는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학군 등에 업고 반전

지난해 대규모 입주쇼크로 전세물량이 적체됐던 송파구 일대는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강북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각지에서 전세수요가 몰려들면서 쌓여있던 매물이 줄지어 소진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만1241가구가 입주하면서 하반기 발생한 입주쇼크로 전세가격이 맥을 못 췄던 송파구는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서울 전역에서 세입자들이 몰린 덕분에 중개업소마다 수백 건씩 적체돼 있던 매물이 현재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잠실동 대림부동산의 김성규 대표는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교육환경을 찾아 전셋집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며 "리센츠 99㎡(30평형)대 전세가격이 입주 당시 3억원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 2억2000만~2억3000만원으로까지 떨어지면서 거래가 계속해서 성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세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자 송파구는 1월 첫째주에 한주 만에 0.17%가 올라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전세가가 오른 지역으로 꼽혔다.

학군수요가 모이기는 강남구도 마찬가지. 전세가격 자체는 다소 떨어졌지만 급전세 물량이 소화되면서 낙폭은 줄어들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34평형)가 이달 첫주 동안 2억3000만원에서 2억3500만원으로 조정됐다. 대우아이빌멤버스4차 56㎡(17평형)는 같은 기간 동안 1000만원이 올라 1억3500만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분당, 전세가 600만원 붕괴

경기침체의 여파가 전세시장에까지 미치면서 1기신도시의 대표주자인 분당 지역 아파트의 3.3㎡당 전세가는 600만원이 붕괴됐다. 2005년 9월(588만원)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부분 1기 신도시의 매매가 낙폭은 그나마 둔화했지만 전세가는 하락폭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분당은 3.3㎡당 전세가격이 지난달 622만원에 비해 596만원으로 600만원대가 붕괴되면서 4.14%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 600만원보다도 0.58% 내림세를 기록한 것이다.

한달새 변동률은 분당에 이어 중동이 -3.05%(440만→427만원), 평촌은 -2.78%(566만→551만원), 산본은 -1.89%(460만→451만원), 일산은 -1.10%(466만→461만원)의 순으로 조사됐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팀장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거래가 실종된 이후 나홀로 상승을 보였던 소형마저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판교신도시 내 입주물량으로 인해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특히 분당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전반적으로 전세가격이 높아 세입 수요층이 형성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집값이 하락한 강남이나 신규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판교 등으로 옮기려 하는 수요층들이 많아 전세물건이 쌓여있어 당분간 전세가격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당지역의 M공인 관계자는 "판교 입주자들이 분당 등에 몰려있어 잔금 마련을 위해 매물을 전세로 돌려놓은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전세물건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고 최근 99㎡ 이상(30평형대)되는 물건이 3.3㎡당 500만원대에도 나오고 있어 3개월 전만 해도 2억원이었던 전세가가 현재는 1억5000만원이면 분당에서 전세로 살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과천, 물량소진으로 반등

경기도에서는 과천시의 전세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분위기다. 이 일대는 지난해 8월 입주를 마친 별양동, 원문동 일대 삼성래미안3단지의 막바지 남은 전세물량이 소화되면서 전세가격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별양동 반석공인 대표는 "입주 당시 3억원대까지 물건이 나왔던 래미안3단지 109㎡(33평형)가 한꺼번에 쏟아진 전세물량 탓에 1억8000만원까지 내려가자 4개월에 걸쳐 물건들이 점차 소진됐다"며 "마지막 남은 물량들이 거래가 이뤄지면서 이달 들어 가격이 점차 상향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Y공인 대표 역시 "서울 강남을 비롯한 평촌, 의왕 등지에서 전세수요가 몰려들면서 남아 있던 전세물량이 대부분 거래가 성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막바지 수요가 몰리면서 래미안3단지 109㎡(33평형)의 전세가격은 한 주 만에 2억원에서 2억3000만 원으로, 141㎡(43평형)는 2억3000만 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과천시를 제외하고는 용인시, 고양시, 동두천 등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새해 들어 전셋집을 찾는 문의 전화는 늘어난 상태지만 수요자들이 나와 있는 매물가격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으려고 들어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용인시 동천동 H공인 대표는 "급전세로 나온 집들이 빠르게 소진돼야 전세가격이 상승하는데 아직까지 나와 있는 매물에 비해 수요가 턱 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