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신드롬이 음모론으로 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1.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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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신드롬이 음모론으로 왜?


검찰은 30세의 박대성씨를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라고 지목했다. 박씨를 긴급체포한데 이어 구속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검찰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썼다는 이유로 네티즌을 구속시키는 것이 정당하냐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구속된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미네르바가 활동했던 다음 아고라에서는 물론이고 관련업계에서도 박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업계에 몸담지 않은 30세 무직자가 썼다고 보기에는 미네르바의 글은 너무 전문적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근거. 실물경제와 경제이론을 오가는 주장을 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는 미네르바의 글은 독학과 인터넷 검색만의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도 '음모론'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미네르바 신드롬이 발생한 후 몇 달 동안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던 검찰이 갑자기 박씨를 체포했다는 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박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박씨와 미네르바 관계에 대해서도 갖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한 명이 아니다'는 추측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러 명의 필자가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로 접속해 다음 아고라에 글을 썼고, 그 가운데 한 명인 박씨가 검찰에 체포됐다는 추측이다. 이 추측이 힘을 얻는 이유는 미네르바의 문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까지 미네르바의 문체는 비교적 차분했다. 직설적인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분석에 가까운 글을 주로 썼고, 주제 역시 경제 예측에 한정돼 있었다.

9월 이후 미네르바의 문체는 점점 격해졌다. 현 정권을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비속어를 사용하는 빈도도 늘어났다. 갑자기 자신을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고 칭하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유례없이 감상적인 글을 쓰기도 했다.

박씨는 단순하게 글을 작성하는 인물이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실질적 미네르바'는 따로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미네르바의 글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전형적 디지털 방식에 가깝지만, 그 내용은 금융업계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야 쓸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추측이 이어지면서 '진짜 미네르바'에 대해서도 갖은 추측이 등장하고 있다. 고급정보 취득이 가능하거나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주로 회자되고 있다.

미네르바가 선물업계의 큰 손이라고 불리는 Y씨라는 주장부터 모 차관의 아들이라는 추측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실세 중 한 명인 '진짜 미네르바'가 박씨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미네르바 관련 음모론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과 다르다. 대표적으로 박씨가 아고라 외 다른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남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인결과 해당 댓글은 박씨가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씨가 미네르바라고 확신하고 있고, 박씨 역시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시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었다면, 박씨 체포 이후에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미네르바 음모론을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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