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바뀐 유진그룹 '가격이 문제'

더벨 민경문 기자 2009.01.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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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가 높이기 위한 의도...을에서 갑으로?

이 기사는 01월13일(11:5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당초 유진그룹은 늦어도 1월 중으로 유진투자증권 (4,820원 ▲35 +0.73%)을 매각할 방침이었다. 1월말까지 도래하는 수천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격보다는 매각 자체에 무게를 뒀다. 매각자임에도 불구하고 '을'의 위치에서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유진그룹이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매각 시기도 확정하지 않았다. 매각가격까지 거의 합의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인수자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매각 작업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는데 과거의 기준으로 산정한 매물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진그룹측은 12일 인수중단 배경으로 "최근 불확실한 금융환경 하에서 현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시급한 매각보다는 시간을 갖고 재검토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헐값에 팔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최근 증시가회복세를 보이자 매각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을거란 유진그룹의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지난해말 예비입찰 때만 하더라도예상매각가는 1300억원을 넘지 않았던 상태였다. 유진투자증권을 1800억원에 인수한 유진그룹 입장에선 매각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또 유진그룹이 단기차입금에 대한 부담을 해소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진그룹은 최근 잇따른 자산매각을 통해 1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추가적인 자산 매각 계획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만기 연장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차입금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만기가 연장될 경우 굳이 싼 가격에 유진투자증권을 서둘러 매각할 필요는 없다. 매각 협상 자체를 주도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당초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차입인수에 따른 3500억원의 단기차입금 가운데 3000억원을 우리은행에 갚아야 한다.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 매각 자금으로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번달 21일까지 상환을 해야한다.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제3의 인수후보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장 르네상스 PEF보다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는 업체가 있다면 유진그룹 입장에서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지만 구속력있는 MOU 체결 전인만큼 부담감은 덜하다.

실제 지난주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유진투자증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최근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하는 등 금융업체 인수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온 롯데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M&A 업계 관계자는 "유진그룹이 헐값에 유진투자증권을 매각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해가 바뀌고 주변 상황이 변하면서 유진그룹의 위치가 을에서 갑으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르네상스 PEF 측은 유진그룹의 일방적인 통보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르네상스 PEF관계자는 "매각가격의 경우 양측이 최종 합의를 끝냈는데 이제 와서 매각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언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 대응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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