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달러 인기 ‘시들’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2009.01.13 15:06
글자크기

4차 낙찰금리 0%대, 리보 보다 낮아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최저 낙찰금리가 갈수록 하락하며 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 외화자금 수요가 줄면서 은행들이 달러화 입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최저 금리 수준과 상관없이 외환스와프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화대출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13일 한국은행이 실시한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경쟁입찰방식 외화대출에서 최저 낙찰금리는 연 0.6741%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실시한 외화대출의 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은행은 총 4차례에 걸쳐 133억5000만 달러의 외화대출을 실시했다. 그러나 최저 낙찰금리와 평균 낙찰금리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낮아졌다.

최저 낙찰금리는 지난해 1차(12월 2일) 5.22%에서, 2차(9일) 3.48%, 3차(22일) 1.40%로 떨어지다 이번 4차에는 0%대인 0.6741%까지 떨어졌다. 평균 낙찰금리도 1차 6.8398%, 2차 5.5796%, 3차 2.3551%, 4차 1.1234%로 갈수록 하락했다.



영국은행협회가 집계한 12일(현지시간) 3개월물 리보 금리가 1.12%인 점과 국가간 신용차이에 따른 스프레드(현 가산금리 2.00%)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런던과 뉴욕 간 달러 거래보다 더 저리로 달러화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입찰에는 특히 응찰액이 입찰액인 30억 달러로, 사실상 경쟁입찰이 아니었다. 응찰 참여기관 수도 점점 줄어 1차와 2차에 각각 15개, 14개 기관이던 것이 3차부터는 9개 기관만 참여하고 있다.

한은이 시장에 공급한 외화자금이 시중은행에 머물러 은행 금고에 달러화가 쌓이자 은행들이 보유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달러화를 구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자금 외화대출은 시장안정화를 위해 사용되는 자금"이라며 "시중 외화자금 사정은 나아졌지만 외환스와프 시장이 불안해 외화유동성 공급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화자금 담당자는 “1개월물 외화자금 시장은 개선됐지만 3개월물 이상 시장은 불안하고, 1년 이상 장기 외화자금 시장은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스와프 시장이 안정돼야 우리나라의 달러표시 해외채권 발행이 쉬워져 장기 외화 차입 사정이 개선될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외화대출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이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은행에만 머무르자 은행들이 풍족한 달러 자금을 해외로 돌려 차익을 벌 유인은 커지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통한 외화대출금은 용도제한이 없다.

한은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도 시장간 재정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긍정적인 요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스와프 거래는 이자율평가이론에 따라 국내외 금리차와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가 엇비슷해질 때 시장이 형성된다. 외국에서 달러를 들여오는 금리차이를 감안한 수준으로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이 적정 수준까지 벌어져야 국내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재정거래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적정 수준은 은행의 달러 자금사정이 나아져 은행들이 현물 달러를 팔고 선물 달러를 사려는 수요(Sell & Buy)가 생기는, 이론적으로 계산된 가격(이론가)을 말한다. 선물환 시장에서 선물환율은 수급에 따른 향후 환율 방향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하지만, 재정거래인 외환스와프시장에서는 향후 달러 수요의 확대 및 축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스와프포인트가 상승하는 것이 반드시 환율 상승 기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개월물 원/달러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12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폭이 0.30원 수준이다. 한은은 이론가인 7.00원 수준까지 올라가야 국내 외환스와프시장이 활성화되고 외화자금시장이 선순환된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시중에 달러자금을 더 공급해 외환스와프시장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