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와이프들의 반란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9.01.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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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표 前청장·지방청 국장 부인, 대우·인사 등 韓청장에게 '유감'

-G갤러리 대표가 지방청 B국장 부인
-참여정부 靑근무 B국장, 인사서 고배
-권력기관장 인사 시기 맞춰 불거져

전·현직 국세청장 사이에 오갔다는 그림을 두고 진실 공방이 한창이다. 그 가운데 입 무겁기로는 대한민국 첫손에 꼽히는 국세청 인사의 부인들이 화제의 중심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그림 뇌물설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세청 와이프들의 반란’이 원인이 됐기 때문. 처음 주목을 받은 당사자는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모씨.



이씨는 전날(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국세청 청장이던 2007년 2월 국세청 차장이던 한상률 현 국세청장 부부와 만나 저녁을 먹었고 이 자리에서 한 청장의 부인인 김모씨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고가의 그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한 차장 부부가 당시 한 차장의 국세청 내 경쟁자로 거론되던 A모 지방국세청장을 지목하며 “밀어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모 지방청장의 경우 이미 2006년 10월 ‘명예퇴직’ 통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시점상 이치에 맞지 않아 의문이다.

뒤이어 등장한 사람이 모 지방국세청 B국장의 부인 홍모씨.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씨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한 청장 부인이 건넸다는 그림을 G갤러리에 내놓았는데 이 갤러리는 홍모씨가 공동 대표로 있는 곳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이후 대구지방청장을 거친 B국장은 한상률 청장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인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해 연말 국세청 1급 인사 이후 각 지방청장과 국장들의 인사에서 밀려난 B국장의 낙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을 ‘반란’으로 보는 것은 보통 그림을 내놓을 때 그림의 ‘사연’까지 굳이 밝혀질 이유가 없는데도 미술계의 관행과 상도의의 상식을 깨고 그림의 ‘수집 경위’와 매도자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또 이씨와 홍씨 모두 남편 일로 한 청장에게 ‘유감’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 공개되면서 ‘와이프들의 반란’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씨의 경우 이미 남편인 전군표 전 청장이 수뢰혐의 등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별 실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의 교체와 유임이 점쳐지는 이 시점에서 그림 뇌물설을 전격 공개하고 나섰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유임이 가능한 것으로 관측돼와 이씨의 폭로는 더욱 극적이다.

이씨는 전 전 청장이 한상률 청장을 재임시절부터 물심양면으로 밀어줬음에도 재판과정에서나 수감 이후 냉랭한 한 청장에게 수차례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국세청 관계자들은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의 잇단 구속 뒤에 현 청장까지 로비설에 연관돼 심란한데 이 모든 일이 국세청 인사들의 부인들에게서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착잡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 체류중인 한 청장은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고 “그림을 전혀 모르고 전달한 사실조차 없다”면서 이번 일이 국세청 내부인사 불만으로 제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나 홍씨 모두 현재 기자와의 연락이 닿지 않아 정확한 해명은 듣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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