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바이오 성공모델' 찾아야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1.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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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항체신약이다]<10·끝>다윗이 골리앗 이기려면

해외에서 시작된 항체치료제 개발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항체치료제 연구를 시작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바이오벤처는 자금 조달이란 숙제를 떠안고 어렵게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제약사는 복제약(제네릭)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머니투데이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회사 4곳의 대표 및 연구·개발(R&D)자에게 국내 항체치료제 시장의 현황과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한화석유화학 (23,250원 ▼600 -2.52%) 의약품사업부인 드림파마 박순재 개발본부 상무, 유진산 파멥신 대표, 이종서 영인프런티어 (577원 ▲27 +4.91%) 대표, 최창훈 이수앱지스 대표(이상 가나다순)가 참여했다.

한국적 성공모델, 분업과 협력이 핵심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에 나서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 뒤 전략적으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항체개발자들은 항체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한국적 성공모델'로 분업과 협력을 꼽았다. 적은 자본과 부족한 노하우를 갖고 어떻게 최대의 성과를 끌어내느냐의 문제다.

우선 이들이 보기에 해외 기업의 성공 요인은 적극적인 R&D 투자다. 일례로 화이자는 2007년 R&D에 81억 달러를 썼다. 제넨텍은 연간 약 10억 달러를 R&D에 투자한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제넨텍 등 해외 기업이 성공한 이유는 이익금의 20~25%를 R&D에 재투자하고 주위의 병원, 대학 등과 긴밀하게 공동연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가 그들만큼 R&D에 투자하기는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전문 인력을 적극 고용하고 기업 간 역할을 나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체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단계는 △타깃 선정 및 항체발굴 등 초기 단계 △전임상 단계 △ 대량생산 공정 개발 단계 △임상시험 단계 △마케팅 및 판매 단계로 나뉜다. 유 대표는 "각 단계별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전략적 제휴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인력 도입과 타깃 발굴 등 기초연구 부족

특히 집중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타깃(항체치료제가 작용하는 부위) 발굴 단계다. 박순재 드림파마 상무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타깃을 개발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응용연구에만 대규모 연구비가 투입되면서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타깃 연구는 기초분야로 큰 자금이 들지 않아 국내 자본 수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연구기관, 학교, 작은 바이오벤처 등에서 타깃 연구를 한 뒤 대기업,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임상 1상까지 수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머지 과정은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개발 체제로 가는 것이 한국적인 성공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서 영인프런티어 (577원 ▲27 +4.91%) 대표도 같은 의견이다. 이 대표는 "개발 초기 단계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창의적인 R&D 기업이 포진을 하고, 중간에 임상을 담당하는 회사가 있고, 대형 제약사나 대기업이 그 다음을 맡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각 과정을 특화해서 컨소시엄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며 "기업들끼리 조정하기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좋더"고 덧붙였다.



혼자 다 한다는 욕심 버려야

그러나 협력하지 않으려는 문화가 신약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약사는 바이오벤처 기술에 대한 불신이 크고 바이오벤처도 제약사를 믿지 못한다. 믿지 못하는 것은 바이오벤처끼리도 마찬가지다.

서로 자기 기술이 최고라며 성공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떤 바이오벤처와 새로운 투자에 인색한 제약사의 태도가 만든 결과다.



최창훈 이수앱지스 대표는 "국내는 높은 개발리스크를 이유로 개발단계에 있는 의약품에 투자하는 데 인색하다"며 "투자자의 인식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체개발자들은 비용부담이 큰 생산시설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달라고 주문했다. 설비 구축 외에도 이를 운영하는 전문인력 양성과 선진국 수준의 생산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항체치료제 개발회사 증가로 생산설비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전임상 및 임상용 시제품 생산시설을 공급하고 나아가 완제품 생산시설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인프런티어의 이 대표는 "항체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한 대량 설비를 모든 기업이 갖추는 것은 자원낭비"라며 "국가지원시설로 공유하거나 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적 바이오 성공모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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