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1.12 17:15
글자크기

코스피, '실물의 악령'에 무릎…3일 연속 하락

연초 정책 기대감에 4거래일 연속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3거래일 연속 후퇴했다.

금리인하와 경기부양 등 정책기대감이 실물이라는 상대와 핑퐁게임을 벌이면서 초반에는 점수를 따며 승승장구했지만, 슬슬 힘이 빠지면서 실적시즌 시작과 펀더멘털이라는 실물이 강한 스매싱을 바탕으로 원점으로 게임을 돌려놓은 상태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개장일 종가를 밑돌았다. 2009년 개장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타면서 1228.17까지 상승, 1200선을 넘어섰지만, 실물의 강한 공격을 받고 올해 개장일인 지난 2일 종가 1157.40보다 낮은 수준인 1156.75까지 내려앉았다.



정책 기대감보다 거대한 벽처럼 증시를 괴롭히는 '실물의 악령'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12일에는 심리선이라 일컬어지는 20일 이동평균선(1160.69)마저 내줬다.

원/달러 환율도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타며 1359원에 달해 지난해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제 코스피시장을 바라보는 눈길은 다시 불안감에 휩싸이느냐, 아니면 불안감을 털고 정책랠리의 반격이 시작되느냐에 쏠려있다.

일단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들은 잠시 쉬어가는 방향을 택했다.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일관하던 3거래일간 순매도를 이어가며 321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1조5700억원의 순매수 규모의 5분의 1가량인 20.5%를 팔아치우며 관망세로 돌아선 흔적이 뚜렷하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뜸해지고 매도세가 늘어나면서 수급에 여전히 취약한 코스피시장은 맥을 못추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LIG투자증권은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질 기대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12일 전망했다.

변종만 연구원은 "향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어닝시즌을 맞아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매수세를 지속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동욱 현대증권 (7,370원 ▲10 +0.1%)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실적발표와 실물경기의 눈치를 보면서 잠시 주춤하기는 하겠지만,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고, 구조적 매도 요인이던 위험자산으로부터 탈출 러시가 진정되고 있고, 글로벌적인 재정확대 규모 증가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글로벌 경기침체가 한단계 완화될 가능성이 커져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외국인 매매패턴뿐 아니라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해법은 조금씩 다르다.

단기에 너무 많이 오른 데 따른 조정차원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측면이라는 관측과 무더기로 쏟아질 악화된 지표에 따라 증시가 출렁거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투자전략팀장은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이미 좋지 않을 것이 알려진 상황"이라며 "지수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입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심팀장은 "1100포인트에서 신뢰도와 미국 신정부출범에 따른 기대효과로 이번주 중반부터는 지수변동성이 점차 축소되며 방향성을 다시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이환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매크로 변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시점"이라며 "1월중 발표될 부진한 경제지표와 성장률 전망의 하향행진 등 매크로 위험을 반영하는 막바지 과정 필요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를 선반영한 이후의 기회보다 아직은 경기하강의 위험이 더 강조되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해석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방향성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네르바(지혜의 신)의 부엉이가 황혼녘에 날개를 펴는 것처럼, 시장의 방향성은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부엉이가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는 것은 세상의 복잡한 변화가 가라앉은 시점에서야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터넷에서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의 구속으로 증시 밖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옳다, 그르다 말들이 많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빨리 날개를 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부엉이는 대낮에는 세상을 보지 못하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섣불리 시장에 대한 방향을 결정짓기 보다는 황혼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해보인다.

현대증권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