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12일(11: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차이니즈월(Chinese wall)을 침범하지 않기 위한 외국계IB(투자은행)들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 내부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1988년 미국에서 제정된 내부자거래 및 증권사기 규제법은 차이니즈월의 자율규제가 기본 원칙이다.
실제 외국계IB 국내지점 대표를 지냈던 한 IB관계자는 "트레이더 시절 몇 년간은 리서치담당자와 밥 한 끼 먹은 적도 없다"고 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이 관계자는 "차이니즈월을 지킬 만큼 직원들이 냉정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이든 털어놓고 공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문화가 차이니즈월과는 잘 맞지 않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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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 부서 내에서 자문과 자기자본투자(PI)업무 간 정보공유는 시너지창출이라는 목적으로 당연시되기 일쑤다. 더 나아가 PI가 병행되지 않는 자문 업무의 경우 고객사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재무적투자자(FI)로서 고객사와 함께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문 결과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차이니즈월을 지켜봤자 손해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는 선진IB육성을 목표로 차이니즈월을 법제화하는 강수를 뒀다. 미국과 같은 자율 규제로는 차이니즈월이 국내에서 원활히 시행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은 PI부서를 분리하는 등 조직개편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억지로 사무실에 칸막이를 나누고 정보제공을 차단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 개개인의 인식의 전환이요, 태도의 전환이다.
자통법 시행을 한달여 앞둔 지금 차이니즈월이 자칫 코리안월(Korean Wall)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