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네르바와 유언비어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1.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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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네르바와 유언비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테나 여신은 신들의 왕 제우스와 충고의 여신 메티스 사이에서 잉태됐다. 탄생은 순탄치 못했다. '메티스가 딸을 낳으면 그 딸이 낳는 아들이 제우스의 권한을 빼앗을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었다. 제우스는 권한을 뺏길까 두려워 아테나를 잉태하고 있던 메티스 여신을 집어삼킨다.

이후 제우스는 극심한 두통에 괴로워하다 머리를 정과 망치로 쪼갰다. 그러자 거기에서 아테나 여신이 나왔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탄생한 아테나 여신은 지혜의 수호신이 됐다. 아테나는 이후 로마인들에게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 네티즌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됐다.

이 미네르바는 31살의 전문대 출신 무직으로 밝혀졌다. 그가 쓴 글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글을 짜집기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그의 글에 비중을 뒀던 경제 전문가들은 무색해졌다.



기획재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KBS TV 토론에서 "미네르바와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누구의 의견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을 뿐 직접 대화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정부의 발빠른 해명을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미네르바에 열광했던 것은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는 뜻이다. 유언비어는 불신과 불안이 팽배할 때 횡행한다.

한편으로 미네르바를 구속했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에 위협이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아테나 탄생 신화에서 보듯 때로 지혜는 권력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헤겔은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고 했다. 재정부가 미네르바 해명에 앞서 세상이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아오를 만큼 어두운 것은 아닌지 생각은 해봤는지, 반성은 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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