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미네르바, 기는 만수 위에 나는 백수"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1.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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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미네르바, 기는 만수 위에 나는 백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9일 "미네르바 사건은 앞으로 인터넷 모욕죄가 도입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미리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앞으로 정부, 여당에 대해 입을 벙긋거렸다가는 긴급 체포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완전 전체주의 경찰국가의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소, 고발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에 들어갔다"며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이 있나,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명예를 훼손당한 시민이 있나"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네르바가 30대 백수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검찰 발표 및 일부 매체의 보도를 꼬집기도 했다. "그의 정체를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고, 그 의심의 바탕에는 학벌주의 코드가 깔려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진 교수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경제팀과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된 비상경제상황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검찰의 발표대로 미네르바가 30대 백수라면 한 나라의 경제수장보다 30대 백수의 경제 예측이 더 정확했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한 마디로 기는 만수(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위에 나는 백수라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하벙커에 비상상황실을 차려놓고 처음 선보인 상황이 고작 '미네르바 긴급체포'라니 전 세계가 웃을 코미디"라며 "경제 살린다면서 왜 땅굴로 기어들어가냐, 무슨 설치류 월동 경제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주선)는 7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박모(30)씨를 긴급체포했고, 9일 전기통신법 기본법 47조 1항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미네르바는 지난해부터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활동한 인터넷 논객의 필명. 서브프라임 부실사태와 환율 급등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정부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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