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센터장이 본 '미네르바' 진위 논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9.01.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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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 여부 놓고 의견 갈려..."진위 떠나 교훈 되새겨야"

'미네르바' 진위 논란이 뜨겁다. 검찰에 전격 체포돼 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모씨(30세)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는지를 두고 여러 갈래의 논박이 오간다. 박씨가 불과 서른 살의 경제학 비전공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증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박모씨가 미네르바라는 걸 믿기 어렵다"는 반응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견해로 갈렸다.



진위 여부를 떠나 공통된 의견도 나왔다. 미네르바 신드롬이 유례없는 경제위기 과정에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나온 특이 현상이라는 점이다. 센터장들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 회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9일 "정황상 박모씨가 미네르바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글들에서 금융시장의 현장 경험이 물씬 묻어난다는 점에서다.



그는 "미네르바의 글 중엔 굉장히 디테일(세세)하고 인사이트(통찰력) 있는 내용도 많다"며 "단순히 이론만 공부한다고 나올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거나, 현업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그런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IMF를 겪어 보지 못한 젊은이가, 그것도 경제학 비전공자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작동 프로세스를 얘기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다 한 편의 글이라면 모르겠지만 단시간 독학으로 경제를 안다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그렇게 많이 쓸 수는 없다"(C증권사 리서치센터장)는 말도 나왔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미네르바의 글 중 경제 전문가로 보기엔 설득력과 논리가 결여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박모씨가 충분히 미네르바일 수 있다는 얘기다.


D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미네르바의 글들을 보면 국제수지 등 전문 용어 설정이 틀린 부분이 자주 눈에 띄고 논거들을 다 알고 쓴 게 아니라는 점이 엿보인다"며 "나이나 경력이 적다고 해서 그런 글이 나올 수 없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경제에 광적으로 관심있는 사람이 인터넷상에서 전문가들이 분석한 자료들을 보고 나름의 논리로 만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정해서 가짜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본인이 올린 글이 호응을 얻자 동기부여가 돼 나름의 논리를 구성해 가면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F증권사 투자전략 담당 부장)는 의견도 있었다.

진위 여부에 대한 의견은 갈렸지만 미네르바 논란을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은 한결 같았다. "진위 여부를 떠나 미네르바가 이슈화된 것은 정부나 제도권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기 때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미네르바를 만들어 냈다"는 말이 나왔다.

한 센터장은 "박모씨가 미네르바가 맞느냐. 그의 말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 이번 논란이 미친 영향을 되새겨 봐야 한다"며 "정부가 있는 그대로 솔직히 얘기하고 일관된 정책을 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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