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미네르바가 남긴 것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9.01.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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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신뢰의 붕괴, 네티즌 자정능력 작동돼야

지난 7일 검찰의 의해 체포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가 세간의 추측과 달리 30대 남자로 알려지면서 '미네르바' 증후군으로 인터넷이 연일 들썩거리고 있다. 9일 현재 '미네르바'는 네이버에서 검색어 2위까지 급상승할 정도다.

구속된 미네르바가 남긴 것


네티즌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네르바'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그가 지난해 7월부터 다음 아고로 토론방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리먼브러더스의 몰락' '원달러 환율폭등'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글을 썼기 때문이다. 당시 미네르바의 글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고, 그의 글에 대한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물론 그의 예측이 모두 정확했던 것은 아니다. 가령, "2008년말까지 한국의 주가는 500, 미국증시는 5000선이 바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나 '9월 위기설'은 한참 빗나간 예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미네르바 신드롬'이 일어난 것은 위기국면을 대응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팽배해진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죽했으면 정부 공식 발표보다 미네르바의 한마디를 더 신뢰한다고 말할 정도일까 싶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위기에 따른 사람들의 불안감은 컸다는 얘기다.



검찰 체포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네르바' 사건은 일단락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터넷 논객의 글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것도 처음이고, 검찰이 인터넷 논객을 체포한 것도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터넷 사용문화'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인터넷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대중공간이 됐다. 3살 먹은 어린 아이부터 80살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접속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의 80%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처럼 인터넷은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공간이 됐지만, 인터넷을 드나들고 있는 네티즌들의 문화수준은 여전히 '닫힌' 상태다. '미네르바'가 지난 몇개월동안 보여준 행보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비단 미네르바가 아니라도 해도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다만, 미네르바가 몇건의 사실을 정확히 맞췄다는 것 때문에 주목을 받아, 그의 글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졌을 뿐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사실처럼 유포한다거나 아무런 근거없이 타인을 비방하는 글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인터넷은 소통 공간이다.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경기전망에 대한 의견은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에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인만큼 최소한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다시 인터넷에 올린 '정부가 금융기관 달러 매수 금지를 명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유포해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재경부가 부랴부랴 "그런 사실 없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자신을 '전후세대'라든가 경제위기때 외국에서 금융권에 종사했다'는 등으로 소개한 점도 검찰 체포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미네르바는 증권사 출신의 50대도 아니고 79세의 노인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증권사에 일한 경험도 없는 30대 무직 남자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미네르바를 동조해왔던 수많은 네티즌들은 허탈감에 빠져있다. 심지어 검찰에 잡힌 남자는 미네르바가 아니다, 라고 주장할 정도다.

인터넷 게시판은 그 사회의 '문화'를 드러내는 지표다. 이 공간을 '신뢰의 공간'으로 만드는 주체는 바로 네티즌들이다. 따라서 네티즌 스스로 책임있게 글쓰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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