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지도교수 "믿기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01.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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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평범한 학생이었다"‥성적은 중상위층

네티즌들에게 '얼굴 없는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려온 '미네르바'는 평범한 대학 시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미네르바'라고 밝힌 박대성(30·무직)씨의 대학 재학 시절 지도교수를 맡았던 두원공과대학(경기 안성 소재) 정보통신과 방효창 교수는 9일 "그냥 평범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말수도 별로 없던 대성이가 '미네르바'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주로 기술을 가르치는 학과이기 때문에 대성이에게 그런 부분(문학적 소양이나 경제지식)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10년 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성적도 나름대로 우수한 편이었고 학교생활도 성실히 한 것으로 기억된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특별한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학교에서 튀는 행동을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며 "지금도 대성이가 진짜 미네르바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 교수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996년 서울 한양공고 건축과를 졸업한 뒤 이듬해인 97년 두원공과대학 정보통신과에 입학했다.



이후 박씨는 군 입대 문제 등으로 2차례 휴학했다 2001년 2월 복학한 뒤 2002년 2월 졸업(7회)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지도교수나 학교 관계자들도 모르는 상황이다.

방 교수는 "졸업하고 단 한 번도 (대성이와)연락을 하거나 만난 적이 없어 어떤 직장을 다녔는지,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른다"며 "성실한 사람이라 아마도 잘 생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미네르바' 진위 논란에 대해 "전문대 출신이라고 경제학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란 법은 없다"며 "시대적 상황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주목을 받는 것인데 전문대 출신이라 '가짜'일 것이라는 추측들은 씁쓸한 기분을 들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공간에 자신의 의견을 올렸을 뿐인데 그 글이 여러 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평가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어찌됐든 스승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한 지인은 "(박씨가)아버지가 일산에서 조그만 장사를 하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 수사부(부장검사 김주선)는 박씨가 각종 경제관련 이론을 인터넷을 통해 수년간 학습했고 경제학에 대한 전문지식과 분석력, 문장 능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독학을 통해 익힌 경제학 실력이라고 믿기에는 글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박씨에 대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박씨 구속 여부는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씨를 상대로 공범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경우"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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