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信으로 명멸한 '미네르바 신드롬'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1.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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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활동한 시공간의 근저에는 불신이 자리했다. 그가 떠난 진공 상태에서도 여전히 불신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경제계를 뜨겁게 달구며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미네르바의 글 하나 하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가진 자들의 횡포, 대기업들의 착취, 투기적 국제자본의 음모로 가득 차 있다.



그의 글의 출발점이 불신이었던 것이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의 공격을 받기에, 그의 음모론에 동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항상 끌려 다녔고, 급기야 미네르바의 글쓰기에 압력을 가하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잉태한 불신을 정부는 새로운 무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미네르바가 지난달 29일 올린 글의 진위를 두고 법리적 검토에 착수했고 허위사실 유포가 주된 혐의였다. 미네르바가 정부에 대해 가진 불신을 정부가 되받았고 그의 주장의 진위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미네르바의 글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내용이었다.

미네르바가 사라진 현재는 또다른 불신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의 학력과 이력을 볼 때 그가 미네르바일 수 없다거나 또다른 미네르바가 있다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미네르바에게 사과해 화제를 일으키며 지식인 사회로 미네르바를 끌어올렸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체포됐다고 발표된 사람은 내가 아는 미네르바와 매치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내가 읽은 미네르바의 글은 (금융)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쓸 수 없는 글"이라며 "30세 무직인 네티즌이 그런 글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외환과 금융에 대해서는 놀랄만할 예측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예측은 물론 틀릴 수 있지만, 여러 자료를 인용한 예측이기 때문에 허위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며칠 후 뉴욕에서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의 ‘나비효과’가 미네르바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나비의 날갯짓도 초기 조건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끝내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느냐에 달려있다. 불신이라는 날개짓이 불신의 기류를 타고 불신의 광풍을 일으킨 가운데 또다른 불신이라는 태풍과 맞닥뜨리는 것이다.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미네르바 신드롬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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