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못잖은 의료서비스 "난 보건소 간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1.1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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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病테크 하자/동네 보건소 이용하기

회사 동료와 함께 연말정산을 준비하던 직장인 전성혜(30) 씨는 13개월간의 의료비 내역을 보고나서 두번 놀랐다. 첫번째는 자신의 의료비 지출 규모를 보고, 두번째는 절반 이상의 의료혜택을 보건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동료의 귀띔 때문이었다.

올해는 신용카드 공제와 의료비 공제를 모두 누리는 특혜(?)를 받는다고 좋아했던 자신이 안쓰럽기만 하다. 전씨의 계산대로라면 올해 비슷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서 최고 53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보건소의 진료비는 병원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씨는 올해부터 예방접종 등을 통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데 주력하는 한편, 보건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의료비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씨의 경우처럼 최근 알뜰 주부 사이에서는 보건소 이용이 ‘대세’가 됐다.

성매매 여성이나 정기검진 때문에 찾는다는 보건소가 서비스에서도 병원과의 격차를 줄이며 새단장을 하고 있다. 특히 연이은 물가상승과 경제 위기 속에서 주부들의 주머니사정을 알아줄 곳이 아쉬운 상황이다. 의료비 거품빼기로 알뜰 주부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보건소,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병원 못잖은 의료서비스 "난 보건소 간다"


◆보건소 이용 전 체크하기



꼭 살고 있는 곳이나 직장 인근이 아니더라도 보건소 의료혜택은 전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역 보건소마다 특화된 사업을 펼치고 있으므로 미리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주거지역이 아닌 대상자가 서비스를 받을 경우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어 차등 요금이 적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강원도로 돼있는 이용객이 서울 중구보건소를 이용하는 것보다 서울 영등포구 거주자가 중구보건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싸다. 요금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보건소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어 지역 주민에게 의료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건소 이용 전에 자신이 원하는 의료서비스가 무엇인지, 대상이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구의 월평균소득에 따라 각종 시술비가 지원되기도 하므로 사전에 보건소별로 문의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서비스를 알아두면 유용하다.

보건소는 주5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려있으며 건강보험증을 지참한 주민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병원 못잖은 의료서비스 "난 보건소 간다"
◆임산부ㆍ영유아 서비스 인기 만점



보건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다양하다. 임산부에서부터 영유아,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 중 임산부와 영유아 검진서비스는 알뜰주부에게 인기가 높다. 우선 임산부의 경우 산전검사가 가능하다. 임신 때부터 분만 후 6개월까지 빈혈, B형간염 등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검사는 기초혈액검사나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 건강이상 유무를 확인하게 된다.

최근 보건소의 인기 서비스는 단연 산모도우미다. 출산예정일 30일 전부터 출산 후 20일 이내로 지원해야 한다. 도우미 파견기간은 월~토요일 12일간이며 가격은 4만~10만원 정도다. 단 전국가구 월평균소득의 50% 미만인 가구에 한해 지원된다.



임산부 건강교실, 모유수유 클리닉, 예비부부 건강검진 등 건강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의료서비스에는 예방접종이 있다. 만 6세 아동까지 BCG, 소아마비, 일본뇌염 등 대부분이 무료거나 2000원 미만이면 접종할 수 있다.

지역 보건소에서는 생후 1개월 미만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선천성 이상 질병에 대한 검사도 한다. 이상 발견 시 4주 안에 치료를 보조하고 생활환경이 어려운 가정에는 분유값도 지원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녀가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아인 경우 입원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



◆성인 프로그램은 단연 ‘금연클리닉’

흡연자에 대한 금연실천을 돕기 위해 지원되는 금연클리닉은 연초라 그런지 방문자가 줄을 잇는다. 호흡 내 일산화탄소 측정에서부터 설문조사를 통한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다만 금연에 대한 동기 유발이나 교육이 조금 식상한 것이 단점이다.

또 하나의 중요 서비스는 영양과 비만관리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비만관리를 위해 식단을 짜 주고 체력검사를 통해 운동처방을 해준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지키라는 의미다.



가장 인기가 많은 의료서비스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다. 흔히 말하는 독감 예방주사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무료다. 접종시기가 정해져 있으므로 홈페이지나 전화로 가까운 보건소에 확인하고 찾아가자.

이 밖에 희귀성ㆍ난치성 환자를 위한 의료지원과 암환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연간 최대 200만원에 이르는 암 조기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병원이냐 보건소냐 현명한 선별 필요



보건소가 진료과목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작정 병원은 멀리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 예컨대 보건소에서 치과 치료도 가능하지만 아말감(흔히 말하는 은니)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충치 치료만 가능하다.

보험적용이 되는 재료가 현재 아말감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 높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건소의 의료서비스에 한계가 있다.

홍혜정 중구보건소장은 “보건소는 공공의료이기 때문에 국민전체의 건강관리나 민간이 수익성으로 쉽게 접근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보건소의 역할은 예방과 증진이라는 선행적 건강증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소가 병원의 의료서비스에 한참 뒤쳐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각기 특성화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심뇌혈관계 관련 서비스가 뛰어난 곳이 있는가 하면 골밀도 측정이나 초음파 검사에 우수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보건소가 있는 등 보건소별 전문분야가 하나씩은 있다는 것. 따라서 보건소를 이용할 때는 미리 전화로 상담해 어디에서 진료를 받을 것인지 미리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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