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친이, 버티는 홍준표…與내홍 기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1.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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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야당과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한 뒤 원내 지도부 사퇴론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내 친이(친 이명박) 일부 의원들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까지 거론하며 전면 쇄신을 요구함에 따라 지도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내홍 확대냐, 수습이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대표는 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금 한창 야당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최종 승리를 목표로 한 2월 국회에서 경제살리기 법안이 통과되도록 오히려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수 없다"는 논리다. 쟁점법안 처리를 2월 임시국회로 잠시 미룬 만큼 현 지도부를 흔들어서 좋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흔드는 친이, 버티는 홍준표…與내홍 기로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분통 터지는 모습을 이해하지만 국회 파행 상태가 장기화되면 정부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합의한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홍 원내대표가 결사항전 태세로 나선 야당과 사이에서 완충역을 맡아 여권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직후 여야 협상 결과가 박 전 대표의 주장과 일치하는 쪽으로 나오니 친박 의원들로선 당내 입지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홍 원내대표 제체 유지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원내지도부 거취 문제가 자칫 친이 대 친박 대결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 의원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전날 당 지도부의 자성을 요구하며 사퇴론을 주도한 데 이어 이날도 모임을 갖고 원내지도부 책임 문제와 후속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내일로'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이번 주말(10일)까지 조기 개최할 것을 요구한 만큼 이 회의를 계기로 원내지도부 책임론을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친이 내부에서도 친 이재오계가 주축인 '함께 내일로'와 친이 직계간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 캠프였던 안국포럼 출신의 강승규 의원은 "(현 지도부가) 2월까지 책임지고 끌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일정 부분 수긍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도 현 지도부의 즉각 사퇴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내일로' 등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지도부 사퇴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안국포럼 출신 등 친이 직계 의원들은 '대안이 마땅찮다'는 현실론에 동조하면서 당내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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