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택가격지수와 시장의 혼선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2009.0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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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주택가격지수와 시장의 혼선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 정부정책의 성공 여부는 정책의 시장개입 시점과 강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개입의 시점을 놓칠 경우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시장개입의 강도도 마찬가지다. 시장개입의 강도가 낮을 경우에는 시장의 내성만 키울 수 있으며, 반대로 시장개입의 강도가 지나치게 클 경우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시장개입 시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시장개입 강도를 적절하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을 제때에 정확하게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필요하다. 경제지표가 시장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부는 시장개입 시점을 놓치거나 시장개입의 강도 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주택정책이라고 하여 여기에서 예외일 리 없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시장개입의 시점과 강도를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주택시장 상황을 ‘제때에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존재할까?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런 지표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시장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가 있는데, 이 지수는 시장상황을 늦게 반영하고(time lag) 변동성이 낮은 특성(low volatility)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을 학계에서는 '지수의 평활화(smoothing) 현상‘이라고 부른다.



평활화되어 있는 지수에 의존해 정책판단을 하게 되면, 시장개입 시점과 강도에서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거나 침체되더라도 지수는 이를 뒤늦게 부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개입 시기를 놓칠 뿐만 아니라 개입 강도의 조절에서도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정부정책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한다는데 있다. 정책당국자가 경제위기 상황을 간파하여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장에 개입하고자 하더라도, 국민들은 이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자는 주춤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한 인식의 혼선도 결국은 ‘지수의 평활화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민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가격은 2007년 말 대비 3.1% 상승했고, 서울 주택가격은 5.0% 상승했다고 한다.


그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던 주택가격 폭락 보도와 비교하면,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갖고 있는 평활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두 보도 중 하나는 거짓인 셈이다.

주택시장을 제때에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의 부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처럼 시세가격에 근거한 지수들은 모두 평활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시세가격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거래가격에 기초해 지수를 작성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실거래가격 자료를 수집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은 지수발표시점이 늦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미국의 케이스-쉴러 지수(Case-Shiller Index)만 하더라도 실거래가격 자료 수집기간 때문에 2-3개월 뒤에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시장상황을 제때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거래가격에 기초한 지수뿐만 아니라 시세가격에 기초한 지수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각 지수가 갖고 있는 한계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상황에 대한 인식의 혼선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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