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전 건설·조선 구조조정 마무리?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1.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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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모호, 시간 촉박… "정부가 직접 나서라" 주장도

금융당국이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대상을 설날 이전까지 확정하기로 한 것은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환부를 도려내 앞으로 닥쳐 올 충격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모호한 데다 시간마저 촉박해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퇴출기업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책임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은행권이 몸을 사리고 있어 구조조정 과정에 진통도 예상된다.



◇구조조정 대상 얼마나= 은행권,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확정한 '건설사 기업신용위험 평가표'는 재무항목과 비재무 항목을 각각 40%와 60% 반영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은행들은 기업들을 4개 등급(A~D)로 나눈다. 종합평점이 80점 이상이면 A등급, 70점 이상이면 B등급, 60점 이상이면 C등급, 60점 미만이면 D등급을 각각 부여한다. 은행은 A·B 등급 업체들에 신규자금 지원 등을 본격화하는 반면 부실 징후기업(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부실기업(D등급)은 퇴출 절차에 들어간다.



증권업계는 건설사의 경우 20여 개가 구조조정 대상에 들겠지만 최종 퇴출 업체는 2~3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상장사가 대다수인 조선사의 경우 상당수가 '옥석가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은 100대 건설사 중 C와 D등급을 받아 '워크아웃'과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건설사는 약 3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건설사의 지난해 3, 4분기 말 기준 재무항목만 평가할 경우 A와 B등급 업체는 64% 정도로, C와 D등급 업체는 나머지 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비재무 항목평가를 추가하면 구조조정 대상 업체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책임'논란'= 은행들은 감독당국의 지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내심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이달 안에 111개에 달하는 기업 평가를 마무리 짓기에 시간이 촉박한 탓이다.


주채권은행은 채권단 이견까지 조율해야 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 기업의 생사를 섣불리 결정했다 해당기업의 반발 뿐 아니라 책임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기업 평가기준도 논란의 대상이다. 은행들은 상장사의 경우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재무상황을 평가하지만, 비상장사는 내부 임시 결산자료와 월별 자금 입출내역 등을 활용한다. 비상장사의 경우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기업 생사를 판가름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객관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비재무항목, 즉 정성평가의 비중이 60%에 달한다는 점도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영진의 평판 및 지배구조 등 경영현황을 판단하는 데에는 주채권은행의 주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은행이 얼마나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 여부도 확신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차원에서 구조조정 대상기업 명단을 확정해도 결과적으로 최소 몇 개 업체는 빠져나갈 것이라는 것이 통념"이라며 "특히 대그룹 계열사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 은행들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차라리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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