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달 전만 해도 정 대표에겐 '위기'라는 말이 자주 따라붙었다. 낮은 지지율과 당내 노선갈등, 무기력한 대여 견제 등 리더십 부족의 비판을 연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20여일 동안 이른바 '입법투쟁'을 진두지휘하며 야당의 리더로서 위상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섰지만 정 대표에 대한 비판 발언 한마디 없는 것은 그의 노고와 성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정 대표에 대해 "그동안 다소 유약한 모습이었는데 이번 투쟁 과정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원내대표단의 중심도 확실히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법투쟁 과정을 통해 강온파에게서 두루 신임을 얻고 있는 가운데 소폭의 당 지지율 상승도 정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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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강조해 왔던 '대안야당'의 기치가 퇴색되고, 점거농성 등 강성의 꼬리표를 달았다는 한계가 있다. 야당의 선명성을 내세워 리더십을 공고히한 탓에 자신이 추구하던 '대안야당'의 모습을 되찾기가 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전시체제'에서의 강경투쟁으로 임시 봉합된 당내 노선갈등이 '평시체제'로 돌아가서는 다시금 불거져 나올지 모른다는 것도 정 대표로서는 근본적인 불안 요인이다. 특히 본격적인 입법전쟁이 펼쳐질 2월 임시국회에서의 성적표를 그리 밝게만 전망할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 닥칠 위험 요인이다.
당 안팎에서는 2월 임시국회와 4월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정 대표가 '더 큰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거나 다시 '위기의 남자'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