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위기의 남자'에서 '기회의 리더'로 부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1.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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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민주당 의원총회. 정세균 대표의 인사말이 끝나자 제법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소보다 많은 6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이날 의총은 자축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리고 그 주인공 중 한명은 다름아닌 정 대표였다.

한두달 전만 해도 정 대표에겐 '위기'라는 말이 자주 따라붙었다. 낮은 지지율과 당내 노선갈등, 무기력한 대여 견제 등 리더십 부족의 비판을 연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20여일 동안 이른바 '입법투쟁'을 진두지휘하며 야당의 리더로서 위상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본회의장·상임위 점거농성 과정에서 비교적 전면에 나서며 야성(野性)을 발휘해 당내 결속을 강화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또 민생법안 우선 처리 제안이나 본회의장 농성해제 결단 등 중요 상황에 직접 나서 선제적으로 국면을 이끌어 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섰지만 정 대표에 대한 비판 발언 한마디 없는 것은 그의 노고와 성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개혁성향 전현직 의원 모임인 민주연대도 이날 공개한 입법투쟁 입장 발표문에서 "당 지도부의 현명한 판단과 대응에 경의를 표한다"고까지 추켜세웠다. 지날달 초 이 모임의 한 의원이 지도부를 향해 "이명박 정권에 밑을 대주고 있다"고 말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평가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정 대표에 대해 "그동안 다소 유약한 모습이었는데 이번 투쟁 과정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원내대표단의 중심도 확실히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법투쟁 과정을 통해 강온파에게서 두루 신임을 얻고 있는 가운데 소폭의 당 지지율 상승도 정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다만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강조해 왔던 '대안야당'의 기치가 퇴색되고, 점거농성 등 강성의 꼬리표를 달았다는 한계가 있다. 야당의 선명성을 내세워 리더십을 공고히한 탓에 자신이 추구하던 '대안야당'의 모습을 되찾기가 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전시체제'에서의 강경투쟁으로 임시 봉합된 당내 노선갈등이 '평시체제'로 돌아가서는 다시금 불거져 나올지 모른다는 것도 정 대표로서는 근본적인 불안 요인이다. 특히 본격적인 입법전쟁이 펼쳐질 2월 임시국회에서의 성적표를 그리 밝게만 전망할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 닥칠 위험 요인이다.

당 안팎에서는 2월 임시국회와 4월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정 대표가 '더 큰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거나 다시 '위기의 남자'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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