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머리 깎겠다" 농협, 개혁안 수용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1.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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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 인사권 축소가 골자… 조합 통폐합은 단계적으로 추진

7일 공개된 농협의 자체 개혁안은 8일로 예정된 농협 개혁위원회의 농협 개혁방안 관련 대통령 보고에 하루 앞선 것이다. 개혁안 내용도 농협 개혁위에서 마련한 방안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농협이 앞장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형식을 갖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개혁안을 직접 발표한 최원병 농협 중앙회장은 전날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수순에 양해와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 우선 농협 개혁의 핵심으로 지목된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에 대해서는 정부안을 원안 그대로 수용키로 했다. 회장의 신용·경제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사 지명권과 감사위원 지명권을 인사추천위원회에 넘기고, 조합장이 선거인단인 선거에만 승리하면 무제한으로 연임이 가능했던 임기도 4년 단임으로 제한했다.

최원병 농협 중앙회장은 "회장의 권한이 너무 많았고 잘못된 부분이 노출됐기 때문에 나부터 권한을 내놓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임 정대근 회장이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질타를 받았던 중앙회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이번 기회에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과열·혼탁선거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사왔던 중앙회장에 대한 선거 방식도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88개 조합장이 직접 선거로 뽑는 현재 방식이 간선제 형식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조합장 선거방식도 마찬가지로 간선제 형태로 변경이 추진될 전망이다.

농협은 그러나 일선 조합 통폐합과 신·경분리 방안에는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조합을 한꺼번에 축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 개혁위는 일선 농협 조합수를 200개 정도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회장 인사권 축소와 달리 조합 통폐합의 경우는 1000개가 넘는 조합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만큼 단계적인 조합 축소 방식을 적용해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방안에 대해서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밝힌채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용역작업을 거쳐 2~3월 중에 분리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차원의 농협 개혁위원회에서 신·경분리 방안과 추진 일정이 재논의되고 있어 농협 개혁위의 안이 나온뒤 농협의 입장도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신경 분리가 되더라도 농민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향후 분리된 신용사업의 소속 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농협은 조합장과 임직원 연봉을 10% 줄이고 2010년까지 상위직급 1000명 감축, 무능력 직원에 대한 상시 퇴출제 도입 등 구조조정도 병행 추진한다.

결국 이날 농협의 자체 개혁안은 중앙회장의 권한은 대폭 양보하겠으니, 정부도 농협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조합 통폐합과 신·경분리, 조직 구조조정은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주문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의 농협 질책 발언 이후 농협 개혁작업을 주도해왔던 정부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의 농협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농협 개혁이 좌초에 부딪힌 것은 막강한 로비력을 등에 업은 농협의 비협조 탓이 컸는데 농협이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개혁작업이 더 순조로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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