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비율 12%…" 정부·은행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2009.01.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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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이제 지원 나서라", 은행권 "건전성 기준만 맞췄다"

금융감독 당국과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를 놓고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져 있다.

당국은 은행 자본 확충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구조조정과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받아들이는 반면 은행들은 아직도 때가 아니라며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BIS 비율 12%면 충분"=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7일 "은행들이 구조조정과 중소기업·서민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난 연말부터 자본 확충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하지만 BIS 비율이 12%가 넘는 은행들도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들은 BIS 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받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다. 당국은 BIS비율이 12%까지 높아지면 구조조정이나 중소기업 지원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해도 이 같은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 확충으로 생긴 부실 흡수여력을 구조조정에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은행자본확충펀드'에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것도 이 같은 공적 역할을 지원하는 '명분'에 따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BIS 비율은 8%만 넘어도 되는데 12%를 얘기했던 것은 구조조정에 대비해 부실위험 흡수 여력을 키워놓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은행들이 12%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꿈쩍하지 않는 것은 당국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선 지켜야 한다"= 정작 은행들은 다른 입장이다. BIS 비율 12%가 건전성 기준이 된 마당에 그 아래로 내려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은행권에 이달 말까지 BIS비율 12%와 기본자본비율 9%를 맞출 것을 지시했다. 은행들은 연 7~8%의 고금리로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단기간에 자본을 확충했다.

은행권은 나아가 당국이 부실위험이 큰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어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문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전까지 8%가 마지노선이었다면 당국의 자본확충 지시후 12%가 건전한 은행의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BIS비율이 12% 밑으로 떨어지면 해외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확충펀드 받아도 간섭 없다"=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본확충펀드'다. BIS 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이 각각 12%와 9% 밑으로 떨어지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은행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준공적자금의 성격이 짙은 이 펀드 자금을 지원받아 좋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이를 빌미로 정부의 경영간섭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정부가 "12%면 충분하다"고 말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이미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면서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추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면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외화자금 지급보증을 서준 것으로도 경영간섭을 했는데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으면 어찌될 것인지 예상이 된다"며 "겉으로는 자율적으로 지원신청을 하도록 할 거라고 하지만 벌써 은행들이 일괄 신청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당국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외화지급보증 MOU에 경영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 포함돼 있고 추가 MOU를 맺더라도 이전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아닌데 당국이 은행경영에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더라도 은행에 추가 요구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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