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1.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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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의장석 사회 명문화…2009년 '점거농성 처벌' 추진

1994년 12월2일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일. 당시 이춘구 국회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장 2층 기자석에 등장했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어김없이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의장은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4일 뒤인 12월6일 당시 황낙주 국회의장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장소라면 어떤 곳에서도 할 수 있다"고 기자석 사회를 정당화했다.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21석의 공룡 여당이 된 '민자당 국회'에서 날치기 법안 처리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상임위원장이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의안을 통과시키는가 하면 국회부의장이 본회의장 의석 가운데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안건을 무더기 처리했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뒤편 통로에서 안건을 기습상정하고 가결을 선포하는 일도 있었다.

입법의 전당에서 벌어진 이 같은 편법은 2002년 3월7일 막을 내렸다. 국회법 제110조 '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선포해야 한다'라는 규정에 '의장석에서'라는 문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이때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다. 명색이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의 날치기 처리에 앞장 서는 모습은 이를 계기로 사라졌다.

대신 이때부터 의장석 쟁탈전이 생겨났다. MB(이명박 대통령)악법' 저지를 외치며 본회의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점거를 푼 민주당도 의원들 몸을 등산용 로프로 묶는 '인간사슬'로 의장석 주변을 사수했다.

민주당은 아예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지 못하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까지 점거해 국회 사무처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6일 2002년에 이어 다시 국회 내 편법과 파행을 막기 위한 고심에 들어갔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내 폭력행위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회 본청 등 건물에서 기물파손과 폭력행위, 점거농성, 고성방가, 현수막 게시 등의 소란을 일으키거나 의사진행에 어려움을 끼칠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엔 2002년 당시와 같은 여야 합의 추진은 힘들 전망이다. 한나라당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법안 추진 움직임에 대해 야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다수당이 수의 힘을 믿고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며 "법안이 발의되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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