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전화 사용자는 전국민의 93%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수년동안 부지런히 해외시장에서 씨앗을 뿌렸지만 아직 이렇다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만원 신임사장도 신년사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로 이같은 의중을 뚜렷히 드러냈다. 다각도로 추진하는 신규사업 가운데 가능성있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무선인터넷 부문은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매출성장 추이 (단위 억원)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목표인 11조7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정체에 빠져 5년째 매출 12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KT를 턱밑까지 따라붙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SK텔레콤의 성장정체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의 매출 성장률은 3%대다. 올해는 이 정도의 성장률 달성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지난해말 현재 4560만명으로 보급률은 93.6%에 달한다. 가입자수 등 양적인 측면에선 2303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새로운 시장으로 뻗어나갈 여지가 별로 없다. 게다가 지난해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에 발맞춰 내놓은 망내할인, 온가족할인제 등 요금절감형 상품 가입자수 증가로 인한 매출감소 현상은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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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따라 올해도 월평균가입자당매출(ARPU)과 가입자당통화량(MOU)이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의 ARPU는 2007년 4분기 4만4891원에서 2008년 3분기 4만2393원으로 하락했다. MOU도 같은 기간동안 210분에서 195분으로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4조원을 투입한 3세대(3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도 ARPU 하락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다. SK텔레콤은 824만명에 달하는 3G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이들 가입자의 ARPU는 2G 가입자에 비해 10% 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정만원 사장은 신년사에서 "체질을 혁신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동시에 언제라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은 이미 광고 등 비용지출의 20~30%를 줄이는 비용절감에 나섰다. 오는 2월 대리점을 관리하는 유통자회사를 설립하고, 올 상반기 중 '11번가'를 분사키로 하는 등 군살빼기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올해 SK텔레콤 매출성장의 관건은 무선데이터 매출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무선데이터 매출비중은 23%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이에 따라 올 상반기중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구축하는 한편, 가입자인증모듈(USIM)기반 금융, 모바일 결제, 쇼핑 등 이른바 유무선연동 컨버전스사업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매출성장의 관건인 무선데이터 매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결합서비스를 중심으로 지난 2007년말 1조877억원을 들여 인수한 SK브로드밴드와의 시너지 제고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의 지원없이 SK브로드밴드가 독자적으로 지난해 개인정보 유용 및 영업정지 등으로 이탈한 가입자 기반을 회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성장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도 맞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KT와 KTF의 합병 추진에 따른 통신시장의 빅뱅, 정부의 방송통신융합정책으로 인한 통신방송시장의 지각변동 등 올해 시장환경은 급변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2조 원대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SK텔레콤은 말 그대로 언제든 기회만 주어지면 미디어 등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