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R&D 거쳐 병원으로 돌아온 임상센터장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1.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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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만드는 의사들] ⑧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은 제약사에서 병원으로 돌아온 이유를 "한국을 글로벌 임상시험의 허브로 만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은 제약사에서 병원으로 돌아온 이유를 "한국을 글로벌 임상시험의 허브로 만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은 제약사 중앙연구소장이자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외국의 경우 제약사에서 활동하는 의사가 적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마취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 한양대병원에서 14년간 교수로 재직한 이 소장은 2001년 4월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한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학술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나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메디컬디렉터로서 다국적제약사의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메디컬디렉터는 시판된 약물에 대한 모니터링과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타사제품에 대한 검토는 물론 부작용 관리까지 담당하는 중요한 자리다.

GSK에서 3년 반 동안 활동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이 센터장은 2004년 10월 삼양사그룹 부사장(의약부문장ㆍ삼양중앙연구소장)으로 영입됐다. GSK에서 메디컬디렉터로서 전문성을 쌓은 후 삼양사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의약분야 육성이라는 총대를 멘 것이다. 삼양사의 주력분야인 약물전달체계 연구는 물론 의약부문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이었다.



삼양사에서 3년 남짓 근무한 후 2007년 7월 다시 돌아온 병원, 그의 직함은 더이상 마취과 전문의가 아니었다. 8년동안 신약개발 현장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약리학과 교수이자 임상연구센터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병원과 다국적제약사, 국내제약사의 현실을 몸으로 느낀 그에게 서울아산병원이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 연구원들.↑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 연구원들.
병원에 돌아온 후에는 정부가 임상시험산업 발전을 위해 조직한 국가임상시험사업단 부단장으로도 활동하며 지역임상시험센터를 육성하고 있다. 이동호 센터장은 "한국을 글로벌 임상시험의 허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병원으로 돌아왔다"며 "월급만 봤다면 옮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7년 한해동안 148건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주했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 156건을 달성했다. 2000년 5건으로 시작한 글로벌 임상시험이 8년동안 3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전세계 나라 중 25위 수준(인구 100만명 당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병원 수 기준)이다. 환자수에서 압도적인 인도(16위)와 중국(23위)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다.

여기서 글로벌임상시험이란 전세계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종합임상시험을 말한다. 특정지역에서의 판매를 목적으로 해당 지역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로컬임상시험과 대비된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많은 인원을 값싸게 할 순 없지만 결과물의 정확도가 높고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연구자들에 대한 대우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일 정도로 높게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소장은 GSK에 근무하던 2001년 한국에 천식치료제 글로벌 임상3상을 유치했다.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은 제약사 중양연구소장과 최고경영자를 역임하며 신약개발 현장에서 발로 뛴 임상시험분야의 산증인이다.↑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센터장은 제약사 중양연구소장과 최고경영자를 역임하며 신약개발 현장에서 발로 뛴 임상시험분야의 산증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글로벌임상시험은 아직 임상 3상이 대부분이다. 어느정도 약의 효능이 확인된 후 최종점검을 하는 수준인 것이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처음에는 임상 3상을 의뢰해 임상시험센터의 능력을 평가한 후 임상 1상을 맡긴다. 1상은 약물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최초 임상시험으로 높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임상 3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임상시험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1상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며 "올해와 내년에 1상을 얼마나 유치하는가가 앞으로 국내 임상시험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3상 중심 임상시험 수주를 1상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허가관리의 신속성과 신진연구자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7년간 글로벌 임상 3상을 빠르게 유치해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허가의 신속함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센터장은 임상시험 산업의 부가가치에 대해 제약사로부터 지급받는 비용 그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외화가득률이 100%라는 점에서 자동차 등 제조업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고용창출효과 등 간접적 가치가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노바티스나 화이자 등 다국적제약사는 임상시험 관리를 위해 우리나라에 별도의 사업부를 구성, 고급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더 큰 부가가치는 국내 신약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집중 투자한 신약 연구개발이 제품화로 이어질 수 있는 노하우를 선진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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