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80세 노인? 진위여부 공방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01.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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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80세 노인? 진위여부 공방


"진짜 미네르바가 맞을까?"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가 5일 새벽 올린 글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절필을 선언했던 미네르바는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마지막에 기댈 것은 결국 희망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네르바는 이 글에서 자신을 요양원에 거주하는 '늙고 초라한 노인네'라고 말하며 "6·25 전쟁이 끝난 1953년 지옥 같은 처참함을 겪었으며, 20대까지는 머슴살이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30살이 넘어서 미국유학을 떠나 고생하며 학·석사과정을 밟아 서른 중반이 넘어 학위를 받았고,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서브프라임 자산설계에 발을 담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7년 미국에서 한국이 IMF를 겪는 것을 지켜보고 방관했다"며 사죄했다.

이는 그동안 50대 초반 증권사를 퇴직한 직원으로 알려졌던 미네르바의 신상과 배치되는 점이 많다.



한 네티즌은 "미네르바가 1953년 20대였다면,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60대 초반이던 1990년대 초 서브프라임 판을 짰을 것"이라며 "미네르바는 1997년 IMF 때 60대 후반, 현재 79세 전후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80세의 노인이 시중 자금사정을 빠삭하게 알고 각종 그래프를 분석하는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6·25를 겪었던 60~70 노인이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에서 실무를 맡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게다가 이 글은 미네르바의 정연한 글과 달리 띄어쓰기가 들쭉날쭉하고 맞춤법도 틀린 부분이 많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네르바를 판단력이 흐린 노인으로 보이게 하려고 다른 사람이 쓴 계략적인 글이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지나치게 '...' 부호를 사용해 말꼬리를 늘이는가하면, 같은 단어를 반복한 것을 지적하며 "오늘따라 글이 감성적이다. 누군가가 미네르바 글을 섭렵해 끼워넣은듯 한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자기 인생에 대한 설명부터 피상적이고, 특유의 단호함과 비유가 전혀 없는 허술한 글이다. 어설프게 자기회상과 사죄로 범벅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미네르바의 정체성과는 안어울리다"며 미네르바가 쓴 글이 절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어 "뜬금없는 타이밍에 왜 굳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기 인생 얘기를 썼는지 이상하다. 미네르바의 최후를 알리는 뉘앙스가 교묘히 섞였다. 필체 등으로 보아 신변에 큰 변화가 있거나, 누가 강압적으로 시킨 것 같은 인상은 준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정체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는 이전부터 미네르바가 사용했던 것과 동일하다. 한 네티즌은 "IP 주소 뿐만아니라 태그에 11을 넣은 것은 미네르바가 확실하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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