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강만수 장관, 금융인 인사회 신년사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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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 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 참석, 신년사에서 "생산과 설비투자가 크게 둔화되고 수출 증가세마저 떨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Ⅰ. 인사말씀
존경하는 금융인 여러분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무척이나 길고 어려웠던 한 해를 뒤로하고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전례없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전대미문의 충격을 지구촌에 가져왔습니다.

경제의 종합지표인 주가로 보면 우리가 40% 하락하였습니다만 인도 52%, 중국 65%, 일본이 42% 하락한 것과 비교한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위기관리의 토대가 되는 경상수지도 지난 10월 49억달러 흑자를 시작으로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금융인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Ⅱ. 현 위기에 대한 평가와 위기극복 의지
새해는 밝았지만 세계경제에 어두움은 더욱 짙게 드리울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생산과 설비투자가 크게 둔화되고 수출증가세 마저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일자리를 만들기 보다 있는 일자리도 지키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전례없는(unprecedented)’위기에 선제적(pre-emptive)이고 확실(decisive)하며 충분하게(sufficient) 대응해 왔습니다.

이미 유동성 지원과 감세,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140조원, GDP의 15%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원화 20조원, 외화 70조원 등 약 90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신속히 공급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에 한발 빠르게 대처하고 우리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51조원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도 추진하였습니다.

제2선 방어(Second line of defense)로서 미국·일본·중국과의 통화스왑 900억 달러와 은행의 외화차입 지급보증 1000억 달러 등 1900억 달러를 확보하여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유동성 공급 및 감세, 재정지출 확대에 제2선 방어 규모까지 합한다면 우리나라 GDP의 35%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이는 규모와 속도, 시기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선제적이고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크게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정책노력을 토대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세계사(世界史)를 둘러보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예(例)는 수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세계 1, 2차대전과 대공황은 세계의 중심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바꾸었고, 국내 전자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98년 외환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 2위의 기업으로 도약하였습니다.

금융인 여러분, 지난 9월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월스트리트’라는 세계경제의 머리에 핏줄이 터져 뇌졸중이 된 것에 비유됩니다.

이번 사태는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가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으로서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우리 금융인들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와 자세를 보여 주셔야 합니다.

Ⅲ.금융인들에게 요구되는 역할
첫째, 생존을 위한 위기관리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금융부문은 실물부문에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에 5.6조원을 출자, 출연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책금융기관은 금년중 28조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리 금융기관들도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여 이 시기의 소명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외환시장에서 정부는 통화스왑 900억 달러와 외화차입 지급보증 1000억 달러 등
비상 외화라인을 구축하였습니다. 우리 금융기관들도 이제 지급보증 1000억 달러를 활용하여 적극적인 외화차입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계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금리의 하향 운용, 대출의 리스케줄링 등을 통해 최근 소득감소와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위기에 취약한 중·저소득층이 버텨낼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기관으로서도 수익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촉구 드립니다.

위기관리 노력에 덧붙여 미래를 대비하여 우리경제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 기업 부문 등의 잠재부실을 털어내고 경기침체 심화에 대비하여 기초체력을 보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충분한 자본확충으로 잠재적 부실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의 옥석을 가려 생존가능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동성을 지원하고
한계기업은 조속한 퇴출을 유도하여야 합니다.

끝으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현재는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금융산업의 입지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건전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G20 금융경제정상회의를 통한 국제적인 공조노력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위기이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리스크 관리의 선진화와 차별화된 수익모델 발굴, 해외 우수 금융인력 유치 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Ⅳ. 당부말씀 및 맺음말
존경하는 금융가족 여러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순위도 바뀔 수 있습니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되는 상황입니다.

140달러대를 보이던 원유가격이 최근 30~40달러대로 하락하고 물가도 하향 안정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경상수지 역시 10월부터 흑자기조로 전환되는 등 위기관리를 위한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체질이 튼튼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금년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선진 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과 할 수 있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경제가 맞닥뜨릴 글로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제2의 국운융성시대”를 열어 나갑시다.

그동안의 금융인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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