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박근혜, 與 책임론 제기](https://thumb.mt.co.kr/06/2009/01/2009010509565844641_1.jpg/dims/optimize/)
"한나라당이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입을 열었다.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다. 이 회의가 처음 열렸던 지난해 7월말 이후 반년 만에 참석한 자리인 만큼 작심한 듯 짧지만 강한 발언을 행했다.
대화를 강조한 것이기 하지만 다수당인 여당의 밀어붙이기 전략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예산안 때부터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온 당 지도부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거론한 열린우리당의 '4대 악법'이 야당의 'MB 악법' 주장과 비슷한 뉘앙스를 준다는 점도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당 지도부의 발언과 비교되며 차별이 극대화됐다.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공성진 최고위원, 박순자 최고위원 등 박 전 대표 전에 발언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점거 사태를 꾸짖으며 '야당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그간 내용과 큰 차이도 없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경우 "야당이 한나라당의 협상 제의, 대화 제의 등을 거부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전제했지만 화살을 당 지도부로 돌렸다. 순간 회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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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전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다수당의 '권한' 못지않게 '책임'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선거때 정책을 펴 나가는 데 권한을 위임한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국회를 운영하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는 책임도 부여한 것"이라 다수당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지 않나 생각한다. 지도부가 애를 많이 쓰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다수당으로서 우리가 국민에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국민들이 그 모습을 보고 판단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당 지도부를 향해 한발 물러서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친이(친이명박)' 직계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들의 입장이 확고한 터여서 실제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자칫 야당에 밀린 데 이어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에게도 밀리는 수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국회 파행 사태가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옮아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여야 갈등이 최고조일 때는 몸조심을 하다가 사실상 사태가 일단락된 후에야 앞에 나선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적잖아 연초 법안 처리 논란과 맞물려 여권 내 권력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이'계의 핵심으로 미국에 체류중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조만간 귀국하겠다고 밝힌데다 연초 개각설까지 다시 나오는 등 연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