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박근혜, 與 책임론 제기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9.01.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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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연 박근혜, 與 책임론 제기


"내가 대표할 때 다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강행처리하려고 했다"

"한나라당이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입을 열었다.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다. 이 회의가 처음 열렸던 지난해 7월말 이후 반년 만에 참석한 자리인 만큼 작심한 듯 짧지만 강한 발언을 행했다.



발언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다. 대표적인 게 자신의 당 대표 시절을 회상한 부분이다. 박 전 대표는 "내가 대표할 때 다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을 내세워 강행처리하려고 했다"며 "당 대표로서 그런 일들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대화를 강조한 것이기 하지만 다수당인 여당의 밀어붙이기 전략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예산안 때부터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온 당 지도부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거론한 열린우리당의 '4대 악법'이 야당의 'MB 악법' 주장과 비슷한 뉘앙스를 준다는 점도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내놓은 법안들이 오히려 국민에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것도 안타깝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당 지도부의 발언과 비교되며 차별이 극대화됐다.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공성진 최고위원, 박순자 최고위원 등 박 전 대표 전에 발언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점거 사태를 꾸짖으며 '야당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그간 내용과 큰 차이도 없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경우 "야당이 한나라당의 협상 제의, 대화 제의 등을 거부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전제했지만 화살을 당 지도부로 돌렸다. 순간 회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다수당의 '권한' 못지않게 '책임'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선거때 정책을 펴 나가는 데 권한을 위임한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국회를 운영하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는 책임도 부여한 것"이라 다수당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지 않나 생각한다. 지도부가 애를 많이 쓰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다수당으로서 우리가 국민에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국민들이 그 모습을 보고 판단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당 지도부를 향해 한발 물러서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친이(친이명박)' 직계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들의 입장이 확고한 터여서 실제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자칫 야당에 밀린 데 이어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에게도 밀리는 수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국회 파행 사태가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옮아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여야 갈등이 최고조일 때는 몸조심을 하다가 사실상 사태가 일단락된 후에야 앞에 나선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적잖아 연초 법안 처리 논란과 맞물려 여권 내 권력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이'계의 핵심으로 미국에 체류중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조만간 귀국하겠다고 밝힌데다 연초 개각설까지 다시 나오는 등 연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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