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부도 어떻게 하나요"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1.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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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중소기업 설날이 최대 '고비'

설날을 앞두고 돈줄이 말라버린 중소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진다. 연초 환율이 1320원대로 불안한 '점프'를 하면서 수입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업체들은 그야말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명동시장에선 설날 전후가 자금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날 특수에 '반짝' 매출을 올린 뒤 '고의부도'나 '야반도주'를 택할 중소기업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는 얘기다.



◇"고의부도, 어떻게 하나요"=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얼마 전 수입업체로부터 수상(?)한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고의부도를 내고 싶은 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명동 사채업자는 "직접 찾아온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안내해줄 수 있지만 고의부도를 도와줄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의부도가 불법인 탓도 크지만 이번 질의가 '함정수사'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고의부도'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설말을 앞두고 상여금 지급 등을 위한 급전이 필요하지만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에서조차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특히 수입업체의 경우 환율 급등 요인으로 결제대금 부담이 상당하다. 차차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연초부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설날 대목을 맞아 매출을 바짝 올린 뒤 '잠적'할 업체가 급증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실제 수입원단 업체 사장은 "결제대금 부담이 예년보다 30~40%가량 늘어났다"면서 "설날 전후가 매출이 마무리되는 시기여서 이때가 지나면 야반도주하는 수입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담보, 사채업자끼리 소송=주식담보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명동 사채업자들은 요즘 '죽을 맛'이라고 한다. 주가 폭락으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운영자금마저 고갈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급기야 주식담보 대출을 함께 한 사채업자끼리 맞소송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동시장에서는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상황으로, 그만큼 주식담보로 인한 손실액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명동 관계자는 "반대매매 등을 통해 자금회수에 나서고는 있지만 막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주식담보대출은 아예 중단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의부도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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