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충돌 4차례…새해 정국 급속냉각

심재현 기자 2009.01.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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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 '직권상정' 수순 착수한 듯

국회 사무처가 3일 밤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점거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에 대해 4차 강제 해산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의 격렬한 저항으로 또 다시 실패했다.

국회 사무처는 오는 5일 이전까지 농성을 해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 4차례 강제해산 시도…부상자 속출 = 국회 사무처 소속 경위와 방호원 150여 명은 이날 밤 8시55분 국회 본청 정문을 통해 본회의장 앞으로 진입해 강제해산을 재시도,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당직자 및 보좌진들과의 사이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당직자 및 보좌진 5~6명이 경위들에 의해 건물 밖으로 끌려 나갔고 경위들은 농성 해제 시도 5분 만에 물러났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오후 12시48분과 오후 5시, 5시50분 3차례에 걸쳐 농성 해제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손목 부상으로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20여 명과 경위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본청 건물 밖에는 오후 4시45분부터 김형오 국회의장이 요청한 경찰 병력 900명이 배치돼 경위들이 끌어낸 야당 당직자들이 다시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연행하고 있다.


앞서 국회 사무처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장 입구 로텐더홀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측에 낮 12시까지 농성 해제와 불법 부착물 제거를 요구하며 '질서회복 조치'를 밝혔다.

이어 국회 본회의장 건물 주변에 경찰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하고 경위와 방호원을 대거 투입해 국회 본회의장 민원실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국회 충돌 4차례…새해 정국 급속냉각


◇ 김형오 의장 '직권상정' 수순 착수한 듯 = 이번 농성해산 시도는 김 의장의 지시를 받은 박계동 사무총장의 지휘로 이뤄졌다.

김 의장은 "본회의장 앞은 방송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공공장소이므로 질서회복 차원에서 조속히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데다 한나라당이 85개 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하고 의장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김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제출까지 거론됐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김 의장이 직권상정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일단 본회의장 농성 해산은 시도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로텐더홀 농성 해산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인간사슬'을 이용해 점거 농성중인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 한나라당 "정당한 조치"…민주당 "의회 쿠데타" =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 전원에게 연락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기하라는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로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주재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회의에서는 국회 사무처의 해산 시도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으나 의원들간 충돌은 자제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한 정당한 법질서 집행에 국민의 일원으로서 찬사와 지지를 보낸다"며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에 대한 도전과 방해는 국회의 원리를 스스로 해치는 것이고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김형오 국회의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유신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MB악법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마련했던 절충안이 무산된데 이어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면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당분간 협상 재개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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