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최근 수년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자신의 '장기 가치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 이에 지난해 초 버핏의 현금 보유 수준은 44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위기에 이은 글로벌 동반 경기 침체로 얼룩진 지난해 버핏의 투자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버핏은 45억달러를 투입, 마몬홀딩스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해 4월 마스의 윙글리주니어 인수에 63억달러를 지원했다. 또 7월에는 다우케미컬의 롬앤하스 인수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버핏은 코노코필립스와 벌링턴노던, US뱅코프 등의 보유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버핏의 투자가 되살아난 것은 금융위기, 경기 침체 등 악재와 함께 주식시장의 버블이 사라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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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헤지펀드 셀러스캐피털의 마크 셀러스는 "버핏이 지난 10년간 증시 투자를 꺼린 것은 강한 조정이 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라며 "버핏은 그간 (주가) 폭탄이 터지기를 바라고 있었고 주가가 떨어지자마자 돈을 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버핏의 투자 움직임 변화는 그가 항상 강조하고 있는 '장기 가치 투자'와도 꼭 들어맞는다.
이와 관련, 미드웨이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의 저스틴 풀러는 "그는 남다른 장기 투자 안목을 갖고 있다"며 버핏은 10~15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풀러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단기 투자에 집착하지만 버핏은 최소 수년의 장기 투자를 우선시한다.
이는 버핏이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버핏은 지난해 11월 폭스비지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개월 후는 매우 고통스럽겠지만 5년 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며 미국 경제의 장기적 신뢰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버핏의 투자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주가는 버핏이 50억달러를 투자한 지난해 9월23일 이후 30% 이상 떨어졌다. GE 주가 역시 버핏 투자 당시인 지난해 10월 초 이후 30% 가까이 빠졌다.
한편 버핏도 금융위기 여파를 완전히 피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의 A주 주가는 지난해에만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버크셔의 A주는 연 저점인 7만410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상승 반전해 연말 9만9990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이는 여전히 고점인 2007년 말 15만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풀러는 하지만 이는 지난해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진행된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움직임에 따른 것이지 버크셔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