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버핏, 작년 200억불 풀었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01.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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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장기 낙관..거품 꺼졌을 때 사야"

패닉에 빠진 미국 경제의 구세주는 역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었다. 2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200억달러 이상을 기업 인수와 주식 매집 등에 투자했다.

버핏은 최근 수년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자신의 '장기 가치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 이에 지난해 초 버핏의 현금 보유 수준은 44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위기에 이은 글로벌 동반 경기 침체로 얼룩진 지난해 버핏의 투자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2006년 40억달러를 들여 이스라엘의 이스카르메탈의 지분 80%를 인수한 것이 최근 수년간의 최대 규모 투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버핏은 이를 뛰어넘는 수건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버핏의 현금은 지난해 9월말 현재 334억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 3월 버핏은 45억달러를 투입, 마몬홀딩스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해 4월 마스의 윙글리주니어 인수에 63억달러를 지원했다. 또 7월에는 다우케미컬의 롬앤하스 인수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버핏은 9월 콘스텔레이션에너지를 47억달러에 인수했다. 월가 불안이 정점으로 치닫던 9월 말과 10월 초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와 골드만삭스에 80억달러를 투자했다.

버핏은 코노코필립스와 벌링턴노던, US뱅코프 등의 보유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버핏의 투자가 되살아난 것은 금융위기, 경기 침체 등 악재와 함께 주식시장의 버블이 사라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


이에 대해 헤지펀드 셀러스캐피털의 마크 셀러스는 "버핏이 지난 10년간 증시 투자를 꺼린 것은 강한 조정이 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라며 "버핏은 그간 (주가) 폭탄이 터지기를 바라고 있었고 주가가 떨어지자마자 돈을 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버핏의 투자 움직임 변화는 그가 항상 강조하고 있는 '장기 가치 투자'와도 꼭 들어맞는다.



이와 관련, 미드웨이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의 저스틴 풀러는 "그는 남다른 장기 투자 안목을 갖고 있다"며 버핏은 10~15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풀러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단기 투자에 집착하지만 버핏은 최소 수년의 장기 투자를 우선시한다.

이는 버핏이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버핏은 지난해 11월 폭스비지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개월 후는 매우 고통스럽겠지만 5년 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며 미국 경제의 장기적 신뢰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버핏의 투자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주가는 버핏이 50억달러를 투자한 지난해 9월23일 이후 30% 이상 떨어졌다. GE 주가 역시 버핏 투자 당시인 지난해 10월 초 이후 30% 가까이 빠졌다.



한편 버핏도 금융위기 여파를 완전히 피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의 A주 주가는 지난해에만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버크셔의 A주는 연 저점인 7만410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상승 반전해 연말 9만9990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이는 여전히 고점인 2007년 말 15만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풀러는 하지만 이는 지난해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진행된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움직임에 따른 것이지 버크셔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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