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확충·통화정책 기능 복원이 핵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1.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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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대 제언]'정부·한은에 바란다'

믿을 곳은 정부와 한국은행 뿐이다. 개인들은 빚에 허덕이고 있고, 기업들은 적자를 피하느라 제 코가 석자다. 끝을 알 수 없는 불황이 엄습하는 지금, 정부와 한은만이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뭘까?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에 각각 '사회안전망 확충'과 '통화정책 기능의 복원'을 주문했다.



◇ "실업급여 확대 검토해야"= 올해 경제의 최대 문제는 '실업'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한국의 실업자는 75만명. 내년초에는 공식 실업자만 100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일자리의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신규 취업자는 7만8000명으로 작년 1월(23만5000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또는 폐업으로 대량실업까지 발생할 경우 실업자 수는 폭증할 수 있다. 은행과 주요 공기업들은 이미 명예퇴직제 시행에 들어갔다.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감산으로 인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몰린 인천 남동공단에서만 279곳이 휴업 중이고, 5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2010년까지 최대 2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와 상관없이 국내총생산(GDP) 비중으로만 보면 한국에서 50만명이 실직한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실업자 급증→유효수요 감소→소비위축→경기침체 심화→실업자 급증'의 악순환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한 고용창출 효과가 날지는 의문"이라며 "대량실직 사태가 예견되는 지금은 대규모 가계 파산을 막기위해서라도 실업급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4만원씩 지급되는 실업급여 금액을 늘리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김정한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의 신빈곤층 전락을 막기위해 실업급여를 평균임금의 80~9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회사채·CP 직매입 주저말라"= 한은에게 필요한 것은 기준금리의 추가인하가 아니라 기준금리를 낮춘 만큼 시중금리가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따로 노는 것은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컨설팅업체 AT커니의 폴 로디시나 회장은 "지금은 기준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시중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금리정책이 기능이 약해졌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금리정책의 효과가 줄었다면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화정책의 기능을 복원하려면 채권 직매입을 더욱 확대해 채권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장단기 금리차가 다소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은행채,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의 경색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한은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미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은행채, 회사채 등을 사들이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회사채와 CP의 직매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은이 주저하는 사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쇄부도가 현실화되기 전에 한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으로 내년 약 30조원의 국채가 순발행될 예정"이라며 "만약 올해 회사채 시장이 충분히 풀리지 않다면 대규모 국채 물량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금리 재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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