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위기 속에 '도약'있었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9.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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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삼성硏 공동기획… '생존·기회·기본·리더십·상생' 등 선정

한국 경제, 위기 속에 '도약'있었다


기축년(己丑年) 새해 우리 기업들 앞에 닥친 현실은 '위기'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위기는 한국기업을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 (87,400원 ▲300 +0.34%)를 글로벌 최강자로 만든 것도 '위기'였다. 1996년말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의 순익규모는 전년의 1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외환위기까지 닥쳐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때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 전부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내걸고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비용절감, 무수익자산 처분, 120여개에 달하는 한계사업과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수행했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추지는 않았다. 1999년부터 5년 동안 순이익(25조원)을 훨씬 웃도는 36조원을 투자했다. 위기를 투자타이밍으로 잡은 게 주효했다. "위기 때 투자하라"는 게 이 전회장의 지론이었다.

올해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 LG그룹도 위기란 역풍을 그룹 성장의 순풍으로 이용했다. 불과 2년 전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돌던 LG는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 노사가 함께 살자는 '상생' 정신으로 위기에서 탈출하고 5년 전 60조원대던 매출규모를 40조원가량 늘리는데 성공했다.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며 SK (207,000원 ▼12,000 -5.5%)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기업투명성을 높이며 에너지·정보통신의 두 날개를 폈다. 현대ㆍ기아차그룹도 2차례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를 견뎌내며 세계 5대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시장에선 정몽구 회장의 중앙돌파형 리더십이 어떤 기회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두산 (221,000원 ▼2,000 -0.90%)그룹은 외환위기 전 시가총액 2조5000억원에 불과하던 소비재 중심 그룹에서 18조원대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해 급성장했다. '걸레론'을 내건 박용성 회장의 중앙돌파적 리더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었을까. 머니투데이와 삼성경제연구소는 새해를 맞아 공동기획으로 '위기극복의 5대 키워드'를 선정했다. △생존(Survival) △기회(Chance)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s) △중앙돌파적 리더십(Frontal breakthrough Leadership) △더불어(상생ㆍWin-Win) 등 5가지 키워드를 제시, 우리 기업들이 새해에 닥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더욱 번창하기를 기원해본다.


새해 첫번째 키워드는 '생존하라'다. 살아남는 자에게만 미래가 있다.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위기 이후에도 오랫동안 존속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번째 키워드는 '기회'다. 위기 이후 또는 위기와 함께 다가오는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불황기의 선행적인 투자, 지속적인 연구ㆍ개발(R&D), 적절한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3번째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줄이고 핵심역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한 기업들은 위기를 견뎌내기 힘들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중앙돌파적 리더십'도 절실하다. 미래를 조명하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할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헌신과 협력의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지혜도 갖춰야 한다.
'상생' 의지도 빼놓을 수 없다. 경영진과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간다는 생각이 없다면 대립과 악순환의 위기 속으로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 극복을 위한 힘과 에너지도 분산되기 십상이다.

한국 경제는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등 고난을 겪을수록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위기에서도 우리 경제와 기업이 또다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것으로 본다.

외환위기를 통한 학습효과가 적지 않고 우리 기업들의 역량도 당시보다 훨씬 높아졌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경험을 살려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잘 대응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보충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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