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에 들썩인 6시간, 추적해보니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8.12.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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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에 들썩인 6시간, 추적해보니


미네르바의 6시간은 화끈했다.

1달 만에 글을 쓴 29일 오후 1시 20분경부터 절필선언을 한 오후 7시 30분경까지 6시간 동안 미네르바는 네티즌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 '환율 개입' 주장에 재정부 '사실무근' 반박
미네르바는 이날 처음 쓴 글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을 통해 "(정부가) 주요 7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이날 오후 2시30분 이후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명령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환율시장에 노골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기업 연말 결산 시 30일 시장 평균환율(MAR)이 반영되기 때문에 환율은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 이 시점에 등장한 미네르바의 주장이기 때문에 파급력도 만만치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발 빠른 대처도 그 민감성을 방증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 재정부는 미네르바의 글이 퍼지자 마자 해명자료를 통해 "(미네르바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구시대적인 SOC 사업으로 비극 시작된다"
미네르바는 4대강 정비사업이 착수되는 날에 맞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정책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미네르바는 이날 쓴 두 번째 글 '한국 경제 성장률에 따른 스펙트럼 개요'를 통해 "과거 모델인 SOC 투자에서 모든 비극은 시작된다"며 쓴 소리를 퍼부었다. 과거처럼 SOC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은 위험한 결과를 불러오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 '블라인드' 처리된 미네르바 글, 왜?
미네르바의 글이 '블라인드' 조치되는 일도 발생했다. 미네르바가 이날 처음 쓴 글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이 오후 4시 30분 경 사라진 것이다. 글이 있던 페이지에는 "현재 페이지는 게시판 이용원칙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된 게시물입니다"라는 문구만 남아있었다.


다음 관계자는 "해당 글에 대해 신고가 접수돼 블라인드 처리 했다"며 "특정 글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신고할 경우 법률적으로 30일간 임시조치로 블라인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0일 이내 신고자가 해당 글이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인정받으면 그 글은 삭제되고,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30일 이후 자동적으로 부활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신고가 접수되면 글 작성자에게 신고자의 신원과 신고 내용 등이 담긴 메일이 발송된다"며 "미네르바는 누가 어떤 이유로 신고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강 장관, 거짓말 하지 맙시다"
기획재정부의 반박에 미네르바는 세번째 글로 받아쳤다. 미네르바는 '존경하는 강만수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제발 거짓말을 하지 말자"고 경고했다.

미네르바는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전화 2~3통만 하면 금방 다 아는 세상"이라며 "자꾸 왜곡하고 속이려들면 일반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꼬집었다. 재정부가 잘못된 통계 자료를 인용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정부 내 외국계 금융사와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네르바는 "지금 모건 스탠리 같은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 상황을 국내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며 보안 라인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절필 선언한 미네르바 "속상하다"
반전은 오후 7시 30분경 일어났다. 미네르바는 '속상하다. 그리고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남기고 예전에 썼던 글 전체를 삭제했다.

"앞으로 고양이 사진이나 올리겠다"고 밝혀 더 이상 아고라 등 공개 게시판에 경제 관련 글을 올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비치기도 했다.

강 장관에 대해서는 "나는 닭을 닭이라고 하고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한 것 밖에 없는데 약간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강 장관에게 사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 강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 못 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한 개인의 발언에 정부가 나서서 진화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

◇ 미네르바, 돌아올까
일단 미네르바는 앞으로 경제 관련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예전에 썼던 글까지 삭제했다는 사실을 미뤄볼 때 당분간 글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단하기는 이르다. 과거에도 절필 선언을 했다가 다시 글을 쓴 적도 있었고, 자신이 썼던 글 전체를 지운 적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29일 6시간 동안 그의 발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이 들썩였다는 사실은 그가 '온라인 경제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만만치 않은 발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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