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벼랑끝 쌍용차 노사, 테이블에 앉았지만…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2.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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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노사정협의회', 구조조정 구체논의 없이 원론적 공동선언문 합의

↑ 마주앉은 쌍용차 노사(왼쪽이 사측) ⓒ박종진 기자↑ 마주앉은 쌍용차 노사(왼쪽이 사측) ⓒ박종진 기자


분위기가 침울했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쌍용자동차 (5,300원 ▼10 -0.19%)의 회생안을 놓고 처음으로 노사가 본격적 대화에 나섰지만 형식적 농담도 없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안에 대한 구체적 얘기가 오고 가지도 않았다.

최형탁 쌍용차 사장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노사관계자들은 원유철 한나라당 의원(평택갑)의 주재로 송명호 평택시장 등과 함께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한 긴급 노사정협의회’를 열었다.



모두 발언에서부터 공기는 싸늘했다. 최 사장은 “이해당사자들과 만나 입장을 전달받았고 대주주 상하이차도 내부적으로 긴급 자체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부장은 “그동안 약속을 저버린(투자약속 이행 등) 대주주에게 유감을 느낀다”고 입을 열었다.

본 회의에 들어가자 회사의 어려움 호소와 노조의 성토가 이어졌다. 쌍용차측이 “경쟁업체들의 인건비 비율이 8%정도인데 우리는 20%로 너무 부담이 많다”고 하자 노조는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며 “우리는 매출규모가 작아 몇 백 만대 생산하는 회사와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력해달라”는 사측의 요청에 노조는 “우리는 업계 최초로 라인 효율화를 위한 전환배치에 합의했고 지난 4년간 회사가 어렵다고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협력해왔는데 항상 사측은 입장이 바뀌기만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상하이차로 넘어가는 걸 기술이전이라고 하면서 공개는 안한다”고 기술유출 의혹도 제기했다.

1시간 남짓한 비공개 회의는 서로 입장차를 확인하고 원 의원이 제안한 원론적 공동선언문에 합의하는 것으로 마쳤다. 선언문의 내용은 ‘상하이차의 조속한 금융지원과 투자 촉구’,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의 회생지원 촉구’,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의 상호협력과 양보’ 등 3가지 항목이다.

사측은 “’노사협력’이 선언문 마지막에 가 있는데 이걸 맨 앞으로 당기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회의 말미에 “잘해보자”며 어색한 웃음과 박수가 한 차례 나왔지만 회의장을 나선 노사 양측의 표정은 어두웠다. 침통한 얼굴의 최 사장은 “회사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서로 타협하자는 수준에서 얘기가 오갔다”며 말을 아꼈다. ‘50% 구조조정설’, ‘2000명 감원설’ 등 관련보도에 대해선 “소설쓰지 말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상하이차의 구체적 구조조정 요구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아직 회사측이 공식 확인한 구조조정안은 전혀 없다.

지난달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한 지부장은 “회사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내일 평택공장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치른 후 ‘상하이자본 규탄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1월초 재차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장쯔웨이 상하이차 부회장이 제시할 최종 구조조정 방안에 노사가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이다. 현재로선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은 그 다음에 기대할 수 있는 처지다. 대주주의 책임 있는 결단과 노사협력에 쌍용차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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