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휴장을 하루 앞둔 29일. 딜링룸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딜러들은 막판 환율이 곤두박질치자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5개 솔드", "4개 보트야" 쏟아지는 주문에 요란했던 전화벨 소리조차 묻힐 지경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36원 하락한 126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주말 하락폭을 더하면 3일만에 75원 급락한 것. 종일 1280원대를 오락가락하며 지루한 공방을 벌이다 막판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막판 10분쯤부터 당국 개입이 본격화 되면서 1263원까지 확 밀렸다. 한 딜러는 "10분을 남겨두고 주문이 쇄도했다"며 "분초를 다투며 거래 물량을 결정하느라 숨 쉴 틈조차 없었다"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반면 다른 딜러는 "하루에도 열두번 바뀌는 상황이니만큼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오늘 이상의 액션이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시중은행 PB센터의 전화벨도 요란했다. 언제쯤 달러를 사는 것인 유리한지 고액 자산가들의 문의가 쏟아진 탓이다. 내년 환율이 또다시 폭등할 것으로 보고 저가에 달러 매수하려는 수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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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PB는 "15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고객이 달러 매수 시점을 두고 한참을 저울질했다"면서 "결국 내일 오전 중에 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마감 1분전에 1288.5원을 찍었던 환율이 살짝 반등세로 돌아간 게 단서였다. 내일 오전 중 당국이 또다시 개입해 환율을 확 밀어낼 거라고 확신했다는 얘기다.
외환창구도 활기를 되찾았다. 환율이 3일 연속 하락세로 돌아서자 대기성 자금이 슬슬 움직였다. 유학생 부모들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 가량의 소액 송금에 나섰다. 다만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둔 듯 생활비 위주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평소에 비해 송금 횟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당분간 변동장이 이어질 것으로 본 고객들이 소액으로 쪼개서 송금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