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잔고증명 '발등의 불'…사채쓰는 기업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2.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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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잔고증명 수수료, "1억당 400만원"

연말을 맞아 모처럼 명동 사채시장이 '반짝' 활기를 찾았다. 결산을 앞둔 기업들이 통장 잔액을 유지하기 위해 명동시장을 다급히 '노크'하고 있다.

하지만 '대목'을 맞은 명동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잔액증명 수수료도 덩달아 2배 이상 치솟았다. 어음 인율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잔액증명 1억원당 400만원=연말이 되면 명동시장은 '잔액증명'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기업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통장 잔액을 유지하기 위해 급전을 찾기 때문이다. 제도 금융권의 문턱이 워낙 높다보니 사채시장에서 현금을 끌어쓰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명동의 주요 고객은 건설사를 비롯해 코스닥 상장업체까지 다양하다. 이들 업체는 일정기간 통장 잔액을 유지하지 못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건설사의 경우 입찰 참여 등 영업에 제약이 있어 현금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연말 잔액증명 수수료는 1억원당 400만원을 웃돈다는 전언이다. 기간은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다. 3일간 통장 잔액을 유지했다가 연초 다시 사채업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통상 10억원을 빌리는데 3일간 수수료로만 수천만원이 나가는 셈이다. 그나마 높은 수수료를 얹어주고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고 한다. 명동 관계자는 "불과 며칠간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하루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사채업자들도 신중을 기한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잔액 유지 의무 기간이 1개월로 늘어난 것도 기업들에는 부담이다. 내년 1월 추가로 자금을 확보해야 평잔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명동 관계자는 "일단 결산 때 잔액을 맞춰놓고 '버티기'를 하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면서 "당장 위기는 모면하겠지만 연초에 면허 취소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락가락 대주단, 불신"=대주단협약에 가입한 건설사라도 부실 정도에 따라 퇴출할 수 있다는 소식에 명동시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명동 관계자는 "대주단협약에 가입만 하면 만기 연장에 신규자금 대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알았던 건설사들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주단협약에 가입한 건설사 중엔 12월과 1월에 만기 어음이 집중된 곳도 상당하고, 하청업체를 이용해 수백억 단위의 어음을 발행해 시장에서 외면을 당하는 건설사도 있다"면서 "내년 초부터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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