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또 확인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거나 또는 이에 준하는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오는 29일 본계약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 확인실사를 하자는 것은 사실상 본계약을 연기하자는 의미다.
한화석유화학 (19,090원 ▲170 +0.90%), 한화 (29,100원 ▲750 +2.65%), 한화건설 등 한화그룹 3개사는 26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결의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현실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데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화는 “조선업 경기 냉각 등으로 인한 수주 취소, 신규수주 부재 및 잠재부실 발생 우려 등 대우조선해양 (36,200원 ▲2,350 +6.94%)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상당함으로, 확인 실사를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하거나, 또는 이에 준하는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조달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고갈돼 어려움이 예상됐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잔금납부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돈은 최소 6조원. 한화는 자체자금 1조~1조5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을 구해야만 했다.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 매각으로 1조원, 시흥의 군자매립지 매각과 개발로 1조원을 각각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최소 주당 1만원 이상을 기대했던 대한생명은 장외시장에서 반토막이 났고 시흥시는 군자매립지에 대해 현금 5000억원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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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또 장교동과 소공동 빌딩을 팔아 역시 1조원을 조달할 방침이었으나 경기침체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제값을 쳐주겠다는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한화리조트, 갤러리아백화점 등을 매각도 검토했지만 역시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대안이 되지 못했다.
한화가 국민연금, 중동투자자 등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조달하려고 했던 2조원도 차질을 빚었으며 농협, 외환은행 등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1조5000억원 가량의 신디케이트론 역시 일부 금액만 지원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의 부실 등 대우조선해양 전반에 대한 정밀실사를 벌여 가격조정을 한 뒤 본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실사가 본계약 이후로 넘어간 것도 한화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화는 최근 들어 잔금납부시한 연장 등 지난달 체결했던 MOU를 대폭 수정해 줄 것을 산업은행에 요구해 왔으며 이날 이사회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상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확인실사 후 본계약을 체결하자는 것은 본계약을 연기해 시간을 벌고 실사를 해서 최대한 가격을 깎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산업은행은 한화 3개사의 이사회 결과가 나온 직후 긴급 회의에 돌입했다.
산은은 한화가 실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구실 삼아 잔금 납부 시한 연기 등을 해 온 것에 대해 언론플레이라며 “MOU에 따라 원칙대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