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계, 채안펀드"빨리 와 주세요"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12.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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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가 지난 17일 5조원 규모로 우선 출범했지만 캐피탈 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지원 대상이 제한된 데다 매입규모도 예상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29일 여신전문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의 여전채 매입규모가 5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에서 1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당시 여전채 매입에 10~15%를 배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50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이 캐피탈업체가 발행한 회사채 매입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안펀드 운용지침은 신용등급 'A-' 이상의 회사채를 매입하되 이중 'AA-' 미만 회사채에 대해 신용보강을 받도록 돼 있다. 운용사들도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카드채 매입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처럼 여전채 매입 예상액이 작지만 연말 자금 사정이 어려운 탓에 신속한 매입을 바라고 있다. 특히 지난 4분기 상당수 캐피탈업체들이 회사채 발행이 안돼 기업어음(CP) 등을 발행, 단기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와 채안펀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증권전산(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11월 캐피탈업계가 발행한 할부금융채와 리스채 발행액은 1150억원으로 9월 대비 84%, 10월 대비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해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채권평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매월 1조원 가량의 여전채가 만기 도래할 예정이라며, 발행 시장 여건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캐피탈 업계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캐피탈업계의 신속한 매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채안펀드는 캐피탈사에 대한 신용보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섣불리 매입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곧 신용보증기금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발행하는 다음달 중순께야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보는 내년 1분기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와 ABS,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P-CBO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으로 이중 약 10%가 여전채 매입에 쓰일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만기가 몰려 유동성 공급이 절실한 상황에서 채안펀드가 캐피탈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비록 적은 규모라도 가능한 빨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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