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렌터카, 주주위해 사채보유자 일방희생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8.12.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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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후 순자산 -2790억 투자자들 '황당'

 금호렌터카가 핵심사업을 대한통운 (92,700원 ▼2,600 -2.73%)에 넘긴데 대응해 회사채 투자자들이 원금보장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선 것은 영업양수도 과정에서 주주이익에 의해 사채권자(社債權者) 이해가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제도적 '구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사업 영업 양수도는 인수·합병(M&A)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M&A와는 달리 영업양수도는 주주총회의 승인으로만 가능해 이번 금호렌터카처럼 핵심사업이 넘어가 채무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져도 채권자들은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회사채발행후 알짜자산 넘어가…투자자 황당 〓문제가 되는 금호렌터카 회사채는 지난 2월29일 발행된 1000억원으로 내년 4월29일 만기도래한다.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 판매사를 통해 1200여명의 개인투자자에게 팔렸고 KB자산운용의 채권형펀드도 1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렌터카, 주주위해 사채보유자 일방희생


그룹 물류사업재편과 유동성 확보전략에 부응해 금호렌터카는 핵심사업인 렌터카사업부문을 3072억원에 대한통운에 양도하는 계약을 10월31일 체결했다. 영업양수도 계약 이전(9월말 기준) 금호렌터카 순자산은 1461억원이었다. 그러나 계약 후에는 부채 3065억원과 잔존자산 275억원만 남아 순자산이 -2789억원으로 뒤바뀌었다. 회사채 발행 시점에 비해 금호렌터카의 회사 가치가 반년만에 추락한 셈이다.



 부채에는 대우건설 (3,735원 ▼75 -1.97%) 지분 인수를 위해 차입한 은행채무 1200억원과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하면서 전략적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줄 권리인 '풋백옵션' 지급용으로 추정되는 816억원(비유동부채)이 포함돼 있다. 두 개만 합하더라도 2016억원이어서 남는 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기도 빠듯하다. 여기다 영업 양수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양도대금이 주주에게 빠져나가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금호렌터카의 최대주주인 금호석유 (146,000원 ▼1,000 -0.68%)화학(지분율 54.87%)과 금호리조트(15.52%),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0.25%) 등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주주를 위해 사채권자 희생시키는 구조〓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채 투자자들은 회사채 상환계획과 담보 설정 등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금호렌터카로부터 "채권 만기까지 기다려 달라"는 식의 반응만 돌아왔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금호렌터카가 회사채를 발행한 지 불과 반년만에 사전 고지도 없이 영업권을 모두 넘겨 버린데다 향후 채권 상환계획을 요청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사채권자 보호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두 가지 소송을 낸 것도 이같은 상황에서 낸 궁여지책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상법상 M&A의 경우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영업 양수도는 사실상 M&A이면서도 주주총회의 승인만 얻으면 된다는 법적 맹점을 회사측이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도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으로부터 현금을 뽑아내기 위해 금호렌터카와 영업 양수도란 우회적인 카드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시키는 수순은 M&A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렌터카는 투자자의 요구에 대응해 회사채 만기때 대한통운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갚겠다는 '사채상환확약서'를 제시한 상태지만 투자자들은 확약서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치 않고 있다. 금호렌터카측은 "채권자들의 입장도 이해가지만 법률적으로 질권설정을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며 "확약서까지 썼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요구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 양수도는 증권거래법이 아닌 상법에 해당되기 때문에 감독당국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의 회사채발행은 회사의 사업내용과 재무제표 등 기본적인 사항을 담은 유가증권신고서를 내면 가능한 구조"라며 "이번처럼 사채권자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현행 법상 감독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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