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철수설' '50%감축' 떠도는 유령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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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차, 쌍용차 경영진·지경부 등 잇딴 접촉

↑ 가동이 멈춘 쌍용차 평택공장 내부의 한산한 전경. ⓒ박종진 기자↑ 가동이 멈춘 쌍용차 평택공장 내부의 한산한 전경. ⓒ박종진 기자


쌍용자동차 (5,350원 ▲50 +0.94%)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대주주 상하이자동차 방한단의 행보와 의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철수설’과 ‘50% 인력 감축안’ 등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정부와의 면담이 끝나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운명의 향방이 어느 정도 드러날 전망이다.

24일 저녁 입국한 장쯔웨이 부회장 등 상하이차 관계자들은 먼저 이날과 25일 쌍용차 경영진과 만나 구조조정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 비용절감과 감원, 감산 등 구체적 실천방안이 논의됐으며 긴급운영자금 지원방안도 함께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지난 11월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상하이차에 요청했으며 이중 수백억원 정도가 곧 입금될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극심한 자금난으로 12월 임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상하이차측은 이어 26일 오후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을 만나 정부에 지원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에서의 ‘철수와 파산’을 최후의 카드로 한국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대주주와 노조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여러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직접 지원은 어렵지만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한 융자로 지원할 수 있다”며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금융권과 논의 후 바로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상하이차측이 아직 노조와 접촉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당초 상하이차는 파산 가능성의 단서로 '노조가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25일 오후 “상하이차 쪽에서 연락이 전혀 없고 떠도는 구조조정안도 제안 받은 적이 없는 얘기”라며 “유령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차 방한단의 모든 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는 비공개 비밀주의에 익숙한 중국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그만큼 돌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크다.


물론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상하이차가 쌍용차 경영진과 마련한 구조조정안을 노조와 원만히 협의하는 것이다. 여기에 상하이차의 자금과 한국 정부의 간접 금융지원이 더해져 쌍용차가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현재의 위기를 버텨낸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고 노조도 “언제든 대화테이블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안의 수위다. 쌍용차측은 “사실무근”임을 강조하지만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대로 ‘임직원 절반 감축’이 강행된다면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쌍용차지부측은 “구조조정 일정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의 선택은 상상의 범위를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최악은 상하이차가 철수를 결정하는 경우다. 사실상 쌍용차의 파산을 뜻하는 것으로 7500여 직원들과 250여개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산업전반에 미치는 직간접적 충격파도 크다.

미국 ‘빅3’ 인수설이 나돌 만큼 중국 자동차업체가 해외진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에 시달리는 쌍용차를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상하이GM의 경영난 등 상하이차그룹의 내부적 어려움을 추스르는 차원에서도 쌍용차 철수설이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만 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이 경우 ‘먹튀’ 논란과 함께 고질적 기술유출 의혹까지 불거져 국가간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 상하이차로서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운명의 날은 머지않았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미군이 쓰던 트럭으로 버스를 만들며 “한국인도 할 수 있다”(Korean Can Do, ‘코란도’의 뜻)는 의지로 발전을 이뤄온 쌍용차의 미래에 업계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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