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 꺼진' 자동차 공장. 서울시청 앞 대형 트리의 불빛과 가동을 멈춘 쌍용차 평택공장의 어두움이 대비를 이룬다. ⓒ임성균 기자, 박종진 기자
르노삼성은 경기침체에 따른 물량조절을 위해 이날부터 31일까지 부산공장의 전 생산라인에 가동을 멈췄다. 공장 관리와 설비 테스트, 연구부문 등 일부 인력을 제외한 2000여명의 생산직 전원이 유급휴무에 들어갔다.
이로써 17일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5,350원 ▲50 +0.94%), 22일 부평1공장마저 생산을 멈춘 GM대우 등 완성차 업체 3개의 전 공장이 문을 닫은 채 연말을 맞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흥겨운 연말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줄었다. 현대차 (283,000원 ▲2,000 +0.71%) 울산공장의 한 직원은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애들 학원비 대기도 빠듯해진 처지”라며 “연말 술자리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쌍용차는 이날 입금될 월급도 안 나온 처지다. 회사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12월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신문을 직원들 가정으로 19일 발송했다. 쌍용차의 한 직원은 “가족들이 성탄절 선물로 월급 못 준다는 통신문을 받은 셈”이라며 하소연했다. 다만 이날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 생산라인이 멈춘 GM대우 부평공장 인근의 식당가가 한산하다. ⓒ최석환 기자
사실 업계의 진짜 불안은 ‘쉰’ 이후다. 내년 경기전망이 올해보다 더 안 좋아 1월 초부터 각 공장이 문을 연다 해도 추가적 감산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비정규직들의 불안이 크다. GM대우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다시 생산라인을 돌려도 지금 상태로라면 판매부진으로 인원감축 가능성이 크고 그 1순위는 비정규직들이 될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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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가 새해부터 비상경영의 하나로 전주공장 1교대제를 추진하기로 한 것에 노조가 반발하고 있고 쌍용차 노조는 상하이차가 정리해고에 곧 들어갈 것이라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임금협상 등 주요 쟁점이 드문 연말연초는 시기상 대규모 노사대립을 찾기 어렵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96년 정리해고법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노동계가 연말 총파업을 벌인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성제 박사는 “지금은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해 오래 버틸 수 있는 사회적 협의틀을 만들 때”라며 “기업과 노동계, 정부가 모두 나서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