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 상하이차 '철수' 언급 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2.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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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반발 '노조압박용' 카드 해석..파장은 클 듯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온 쌍용자동차 (5,350원 ▲50 +0.94%)가 23일 모기업 상하이자동차의 철수와 그에 따른 파산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회사측은 “상하이차가 현 위기를 극복하는데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지만 대주주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일 뿐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여파는 남는다.



이번 언급은 일단 ‘노조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최형탁 쌍용차 사장이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과 만나 한 발언에는 “노조가 사측에서 제시하는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란 단서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최악의 위기상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협조가 없으면 대주주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의미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2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 결의를 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관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지만 이번 위기로 ‘쟁의’상황까지 치닫게 된 건 쌍용차가 최초다. 상하이차측도 노조측의 강경입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회사측과 만나 복지제도 축소, 임금체불 문제 등을 협의하던 시간에 이런 보도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상균 지부장은 “이미 예견된 일인만큼 차분히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여지는 일단 남긴 셈이다.

그러나 '상하이차 철수' 언급은 단순한 노조압박용 이상의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쌍용차의 지분 51.3%를 보유한 상하이차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 공론화됐다. 최 사장은 이날 정 의원과 면담에서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내년 1월 초중순 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월 초중순은 지난 17일부터 전 공장 가동중단에 들어간 쌍용차가 다시 생산을 시작하는 내년 1월5일 직후다. 내년 경기전망이 올해보다 더 어두운 상황에서 '모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상하이차 그룹 내 상하이GM 등의 상황이 어려워진 데도 이유가 있다.

아직 섣부른 예단은 어렵지만 최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철수를 하더라도 새로운 인수자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언급은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용으로도 볼 수 있다.

쌍용차의 파산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8000여명의 쌍용차 임직원들과 수많은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먹튀’ 논란도 재연될 수 있다. 그간 상하이차로의 기술유출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노조측은 인수 당시에 약속한 1조2000억원의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기술유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쌍용차가 실제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적 침체상황인 만큼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한중 양국 정부가 나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하이차는 1980~90년대에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등과 잇따라 합작회사를 세운데 이어 2004년 10월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중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59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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