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에 불어닥친 암운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2.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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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5-<1>]경제위기 어디까지 왔나?

2007년 10월11일, 무려 4년간 지속됐던 강세장이 끝나고 '베어마켓'(약세장)이 긴 장막을 드리우기 시작한 날이다. 올해는 단 한 번도 지난해의 고점을 넘보지 못했다. 대신 수년래 최악, '블랙먼데이' 이후 최저, 2차대전 이후 최대낙폭 등 충격적인 기록들이 쏟아졌다.

◇최악의 기록들…S&P500 시가총액 6조$ 날려
11월20일에는 S&P500지수가 1997년 4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9월29일 사상 최대폭인 777포인트 하락했다. 선진국과 이머징국가의 1만100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S&P 브로드마켓 지수는 1년새 사상 최대규모인 17조7000억달러를 날렸다.



지난 12일 기준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시가총액이 6조1700억달러 줄었다. 직전 약세장이었던 2000~2002년 동안 S&P500지수의 시가총액 평가손실 5조76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1927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증시의 변동성 또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10월 S&P500지수의 변동성은 1929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60년간 S&P500지수가 5% 이상 움직인 날은 단 17일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이머징마켓 국가중에서도 증시 낙폭이 72%에 달해 터키(68%), 인도(67%)보다 하락폭이 컸다. 일본도 지난 10월 닛케이225평균주가가 2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주가는 10년래 최대폭인 25% 하락했고 국가 부도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의 증시는 81%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에서 메인스트리트로… 거듭된 '악재'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파괴력을 품은 채 올해에 들어선 증시는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는 유가 등 원자재가 폭등과 서브프라임의 후폭풍격인 신용경색이 더해지며 패닉으로 치달았다.


골드만삭스가 '배럴당 100달러'를 외쳤을때 이를 일축했던 대다수 전문가들은 폭등하는 유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경악하며 지켜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머징국가의 고성장을 의심하지 않았던 터라, 중국이 먹어치우는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등 현상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유가, 원자재가 급등은 자원부국인 러시아, 브라질 증시를 한 동안 강세로 이끌었지만 세계경제에 위협요인으로 받아들여지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극대화됐다.



게다가 서브프라임의 후폭풍, 금융회사들의 피해와 부실규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증시의 생명줄인 금융시장에 경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기지업체들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고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굵직한 투자은행(IB)들도 쓰러졌다.

전세계로 파급된 '금융위기'는 증시는 물론 기업과 가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쳤고 드디어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산됐다. 세계는 '침체'에 대한 불안과 '디플레이션' 공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전체적으로 보면 주택가격 하락, 그동안 급팽창한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위기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고 돌리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꼴이다.



애초에 실물경제에서 시작된 위기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급락하기 시작한 유가도 증시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침체'에 대한 확신만 심어줬을 뿐이다.

그나마 세계 각국이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추고 돈을 찍어대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서 최근 증시가 유동성 랠리를 벌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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